가끔 그런 일이 생긴다. 길을 가다 보면 심심찮게 나무들이 차를 세운다. 태워 달라고 특유의 맑은 종아리를 쑥쑥 내놓는다. 그럴 땐 참 아찔하다. 허벅지 보고 뭐 봤다는 식으로 아찔 앗, 질 해 가며 나무의 은밀한 부분을 힐끗거리게 된다.
길에서 차 세우는 나무 중엔 저를 열어 주는 나무도 있다는데, 저 은사시나무를 태우고 바다 근처 바닷가에나 갈까. 가면서 슬쩍 맨 아래 가지를 당겨 볼까. 물관부 체관부까지 전진해서 나무와 몸을 섞으면, 내게도 물이 흐를까. 이파리가 다시 돋아날까.
막상, 새 잎이 돋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음 상할 것 없으리. 편도1차선의 비좁은 생을 그때쯤이면 거의 빠져 나갈 수 있을 테니, 뒤쪽으로 미끄러지는 풍경들에 손을 흔들며 가까운 해안선을 끼고 나무와 하룻밤 긴 밤 자고 있을 테니, 가는 길밖에 없는 이 길을 경제속도 혹은 경쾌속도로 빠져나간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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