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는 가요

김대완 - 미련. 친구. 당신이 그리워 질때 마다.

고독한낙서 2013. 2. 3. 13:18

 

 

 

 

1 미련

2.친구

3 당신이 그리워 질때 마다

 

저 하늘에 구름 따라 흐르는 강물을 따라/정처 없이 걷고만 싶구나 바람을 벗삼아 가며// 이 거리 저 거리 헤메이다 잠자리는 어느 구석인가/소나기 퍼붓는 이 거리를 나홀로 외로이 걸으며/그리운 부모형제 다정한 옛 친구 그러나 갈 수 없는 신세/홀로 가슴 태우며 헤메다 묻혀갈 나의 인생아…. 가로등 사이로 꽃비가 내리고 한 사내가 꽃잎을 이고 절규하고 있다. 가슴을 후벼 파듯 흐느끼는 목소리, 허스키하다 못해 쇳소리가 난다. 빵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 지나는 이들을 청중 삼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

‘거리의 음유시인’ 김대완(42)은 통기타 하나 달랑 둘러메고 저 하늘에 구름 따라 지난 20여년간을 거리서 보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마음껏 노래가 하고 싶어 18세때 가출했다. 통기타 끝물세대로 노래는 그에게 유일한 탈출구였다. ‘딴따라’는 안 된다며 기타마저 부숴버렸던 부모님. 끝내 못 견디고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노래는 그에게 생명 같은 것이자 존재 이유 그 자체였다.

그는 두 살때 아궁이에 떨어져 입은 화상으로 머리와 얼굴에 흉터를 가지고 있다. 사춘기엔 마음에 큰 상처가 됐다. 외항선원의 아들로 태어나 그물을 꿰어가며 학비를 벌던 시절, 그는 좀더 나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갔다가 비수 같은 말 한마디를 듣게 된다. 그런 흉한 얼굴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냐며 핀잔을 들어야 했던 것. 노래는 그때마다 유일한 위안이었다.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없다는 절망감에 학교도 그만두고 거리로 나왔다. 노래에 미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노래에 목숨을 건 또다른 여정의 출발점이 됐다.

모자 아래에 아픔을 감춘 채 통기타에 노래를 실으며 부산 해운대 바닷가를 누볐다. 부르다 부르다 지치면 모래 위에 누워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날이 밝으면 또 노래를 불렀다. 거렁뱅이 취급을 받으며 매도 많이 맞았다. 그럴수록 아픔은 가슴의 노래가 됐다.

포장마차에서 그의 노래를 듣겠다는 사람들에게 불러주는 일이 생길 즈음 그는 군에 입대한다. 제대 후 그는 부산 광안리의 명소였던 ‘무아카페’에서 3년간 노래하게 된다. 그는 그때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비 오는 날이면 꼭 카페에 들러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주던 여인이었다. 2년간의 애틋한 첫사랑이었지만 그녀는 지금 그의 곁에 없다. 노래 말고는 흡족하게 해줄 수 없는 처지에 사랑은 현실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독신으로 살고 있는 그는 아직 그녀만한 여인을 못 만났다며 허허로이 웃는다. 그녀를 향한 마음은 이제 노래로 남았다.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내 마음엔 비가 내리고 아득히 들려오던 노래 잃어버린 사람 그 노래/여린 가슴을 헤집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나며 내게 주었던 이별의 말/언제부터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내 마음엔 슬픈 비가 내리면서 메마른 가슴을 적시고/사랑한 만큼 깊은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이젠 아픈 기억들만 남아/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내 마음엔 비가 내리고 아득히 들려오던 노래 잃어버린 사람 그 노래/이젠 기억 속에 그대를 고운 추억 으로 남기고 싶어 그대를 편히 잊을 수 있게.”

그녀가 떠나자 그는 다시 거리로 나섰다. 그의 노래는 한층 더 애절해졌다. 폐쇄된 공간이 싫어 해운대 바닷가에 다시 섰다. 마음이 울적해 하루가 힘들었던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삶의 의미로 다가왔다.

어느 날엔간 한 여성이 하루종일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그 여성은 다가와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말을 걸어왔다. 술을 못한다고 하자, 그러면 차라도 한잔 하자며 인근 찻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대뜸 자신이 내일 태종대에서 자살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풀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연방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그의 노래로 인해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 생을 놓으려는 순간 다시금 삶과 화해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노래다.

자책감이 드는 기억도 있다. 어느 해인가 노래가 끝나갈 무렵 술에 취해 달려드는 여성이 있었다.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 달라던 여인. 하지만 그저그런 길거리 여인으로 여겨 뿌리치고 돌아섰다. 다음날 아침 그녀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말 한마디라도 경청해 주었더라면, 노래라도 한 곡 불러주었다면,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 이후로 그는 서울의 대학로와 인천 월미도 등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싶어서다. 구름처럼 떠도는 역마살도 가세했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잡상인 취급도 마다않고 경찰과 관리원들에게 시달리며 자존심은 내팽개친 지 오래다. 절대 버릴 수 없는 뜨거운 가슴만 있으면 족하다.

요즘 그는 청계산 등산로 입구인 원터골에 자주 모습을 보인다. 인근 식당가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그의 노래가 들려온다. 그는 공연장소에서 자신의 노래를 담은 CD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수입을 묻자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라이브카페를 머지않아 장만할 계획이란다. 청계천과 한강둔치도 그의 무대다.

CD도 음악 후배들이 노래만 부르다 인생 끝낼 거냐며 스튜디오를 빌려 음반을 녹음해 줘 만들어졌다. 레코드 가게엔 깔아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베스트셀러 가수다. 이제까지 거리에서 판 것을 합치면 10만장이 넘는다. 화려한 무대나 환호하는 팬클럽은 없어도 그는 노래가 좋다.

그는 점을 보면 매번 박수무당이 될 팔자로 나온다. 무당이 뭔가. 다른 사람의 삶을 위무하는 이들이 아닌가. 그의 노래가 그렇다. 거리에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건져올린 감성으로 노래하려 노력하는 이유다. 그가 거리공연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자주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스스로가 심취돼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업소 생활을 했다면 그런 감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첫사랑의 노래를 부르면 지나던 중년부인들로부터 옛 사랑이 생각난다는 반응이 온다.

노래를 들으며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만큼 삶이 풍요로워지게 마련이다. 지난 세월이 커피향처럼 스며드는 그의 노래, 삶의 애잔함이 켜켜이 묻어 있는 목소리. 그는 입이 아닌 가슴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에게서 노래하는 곳은 그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 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수심에 찬 얼굴들에 희미한 미소가 번져갈 때 그 삶의 이유가 그곳에 위치한다. 그가 오늘도 밤이 이슥하도록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목이 메고 또 쉬어 버리지만 그 목소리로 여전히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만이 그의 존재이유이기에. 오늘도 내일도 그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어쩌면 그에게서 노래는 천형이나 다름없다.

스스로를 거리의 아티스트라 칭하는 김대완. 그는 종종 인사동의 한 국악 라이브카페에 들러 노래를 그냥 불러주기도 한다. 공연자가 아니라 손님으로 다른 손님과 어루러진다. 그를 처음 만난 곳도 그곳에서다. 겸손한 자세로, 늘 청한 노래를 기꺼이 들려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놀이꾼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노래여정에서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삶엔 특정한 해답이 없다는 것이지요.” 굳이 답하라면 그는 “노래가 삶의 해답 같다”고 말했다. 거투르트 스타인의 잠언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해답은 없다/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그가 다시 통기타를 걸머메고 거리로 나선다. 삶의 해답은 아마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ps : 위 내용은 세계일보 내용중 발췌 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글을 옮기며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어떤 음악에 귀를 기우려야 하며, 또 내가 듣는 이 사람은 무엇 때문에 노래를 하는가도 헤아려 들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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