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

김윤배/바람의 등을 보았다.

고독한낙서 2022. 10. 5. 16:58

모든 지명은 바람의 영토였다 

한 지명이 쓸쓸한 모습으로 낡아가거나 새롭게 태어난다 하더라도 세상의 지명은 바람의 품 안에 있었다

지명은 바람의 방향으로 생명의 길을 갔다 

바람이 가고 싶은 곳, 그러나 갈 수 없는 곳이 있었다

바람의 등 이였다

바람의 등은 바람의 영토가 아니였다 몸 이였다 몸은 닿을 수 없는 오지였다

바람의 등은 온갖 지명에 긁혀 상처 투성이였다

바람의 등은 상처 아무는 신음 소리로 퍼덕인다

나는 내 등을 보지 못했다 

등은 쓸쓸히 낡아 갈것이고 홀로 불 밝혀 기다렸을 것이다

내 몸의 오지 였던 등을 어루 만지던 손길이 슬픔의로 술렁이던 기억이 있다

펄럭이지 않던 등의 상처를 드러내지 못했던 등오로 꽂히던 말의 화살이 있었고

등을 타고 넘던 숨소리가 있기는 했다 

내 등의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서러운 문양으로 새겨져있을 것이지만 등은 영워히 가 닿을 수 없는 내 몸의 오지 였다

살아서는 닿을 수 없는 지명은 날마다 밤바다에 불빛을 쏱아다

바람의 등은 대지에서 태어나 아이들이 휘두르는 채칙으로 깊게 파인다

지명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오랫동안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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