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배용제

버려진 의자 (배경음악) Bassic Audiology III- Breeze (2001 remaster)

고독한낙서 2009. 3. 20. 22:08


1

윤기 흐르던 시절,

사람들은 늘 내 편안한 휴식을 어루만지며

가슴 속을 파고 들었다

온 몸으로 무게들을 견뎌냈다

세월은 뼈마디를 관통하며 지나갔다

이를 악물어도 관절마다

삐걱이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를 추방한 건 다름아닌 그들이었다

 

2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썩어간다

음지의 습기에 발을 담그고

제 살점들이 뜯겨져도 상관 없다는 듯이

한적한 공터를 내내 응시하고 있다

그저 바람이나 앉았다 가라고 손짓하며,

또는 너덜거리며,

 

삶이란 늘 망가지고 나서야

집과 집 사이의 여백을 발견해낸다

복원될 수 없는 추억들, 스펀지나 솜뭉치 따위

엉성하게 채워져 푹신하게 여겼던,

속살을 드러낸 정체들은 추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