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배용제

잠글 수 없는 무개 / 배 용제

고독한낙서 2011. 2. 10. 15:32

 

 

한밤중. 어둠 한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오래된 수돗꼭지 속 혈은 귀통이로부터 빠져나오는 울음의 찌꺼기.

욕실 새면대 위로 잠기지 않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수도꼭찌 끝에 잠시 웅크리며

온 힘을 다해 끝어 모은 동그랗고 작은 무게가 고인 어둠을 두드린다

아무리 비틀어도 잠글 수 없는 무게.

헐어 버린 분량만큼 연거푸 흘러나온다

곤두서도록 귓속을 파고드는 또렷한 소리가 된다

어둔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된다

단 한번의 소리를 위해 스스로를 깨트려

열린생을 짧게 마감하는 무게는.

 

좁은 관을 통하여 세상 밑바닥을 흘러 오는 동안

잠기거나 막혀 터질것 같던 시간과 쉽게 쏫아져 버린 기억의 해방.

녹슨 구석에 고인 무게를 비틀어 조인다

목올대 끝으로 거친 압력으로 밀려오는,

내 혈관과 신경줄을 흘러 다니는 것들의 알부가

혈은 관을 찾아 이리 저리 헤매고 있다

대뇌 깊숙히 소리들이 가득찬다.

쉬지 않고 떨어 지는 세면대의 저 물방을 소리.

한밤중에도 나는 그 만큼 열려 있다.

 

(대낮에 호사스럽게 챗질 하며 시집을 읽다가 손까락이 근질거려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