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기형도

겨울 눈(雪) 나무 숲 (배경음악/엘가 - 사랑의 인사)

고독한낙서 2009. 1. 15. 01:25

눈(雪)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쿵,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刃)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沈默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假面)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 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向)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窓)너머 숲 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淸潔)한 죽음을 확인(確認)할 때까지

나는 부재(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距離)를 두고

그래, 심장(心臟)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완벽(完璧)한 자연(自然)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後)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