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기형도

여행자 (배경음악/Aaron Angello - Our Canon in D)

고독한낙서 2009. 1. 15. 01:29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이곳까지 열심히 걸어왔었다, 시무룩한 낯짝을 보인적도 없다

오오, 나는 알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내 정체를 눈치챘을까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권리는 있지않은가

모퉁이에서 마주친 노파, 술집에서 만난 고양이까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중얼거린다, 무었이 그를 이곳까지 질질 끌고 왔는지, 그는 더 이상 기억도 못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는 낡아빠진 구두에 쑤셔박힌, 길쭉하고 가늘은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

동물처럼 울부짖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