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장미의 내부/최금진

고독한낙서 2011. 11. 16. 16:38




벌레 먹은 꽃잎 몇 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