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한 여자에게서 꺼낸다/장석주 (배경음악 Musa Dieng Kala - Kalamune)

고독한낙서 2011. 9. 12. 15:23

 




  나는 꺼낸다, 당신 가슴속에서
  내 이름 아닌 누군가의 이름,
  열 마리의 죽은 비둘기,
  태어나지 않은 두 명의 아기,
  유효 기간이 지난 슬픔 다섯 개,
  곰팡이가 핀 그리움 하나를.
 
  나는 꺼낸다, 당신 가슴속에서
  서른 세 번 속절없이 지나간 여름,
  취해 잠든 열다섯 번의 밤,
  한 번 실패한 연애,
  구두 뒤축에 묻어온 무수한 바닷가의 모래알들,
  언젠가 잃어버린 한 개의 지갑,
  빈 담뱃갑처럼 구겨서 버린 꿈,
  인생의 텅 빔을 이기지 못했던 절망의 스물한 날들,
  아니다, 아니다라고,
  포개했던 순간들의 알약 같은 쓰디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