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겨울의 노래

고독한낙서 2022. 10. 31. 20:52

 

01 - Jesus, Walk With Me.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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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피는 계절이 온다

불을 지피는 졀기가 겨울이겠지?
아니지 내 작은 거실의 화목난로가 불을 지필 때 겨울인게야. 
무릇 따뜻한 것이 그리워 옴이 겨울 아니랴. 튀겨 오르는 화염은 느닷없이 겨울의 노래임을, 가랑잎을 지피던 때도 이미 지나갔다. 투박스런 장작덩이를 던져 히뿌연 유지를 뿜으며 지글지글 타오르는 야성의 불덜미를 열평남짓한 거실 한귀퉁이 화목난로에 쭈그리고 앉아 가슴 속에 주홍의 꽃망울이 돋아나듯  한편 괴이하고 한편 격렬한 감동이 치민다. 이를테면 적나의 알몸을 내던진 통곡이라고 할까. 
석양을 뒤쓴 듯 두 눈 속은 흠뻑 불살이 비쳐 흡사 표효 하는 불바다를 머금은 듯하다. 도시, 용서없이 진실한 것에 불을 따를 만한 것이 다시 있을까, 참을 수 없는 동격이 마침내 더 첨지 못하는 한 뜨거운 묵언의 고발을 제시하며 나서듯, 그것은 부러운 담대와 현요한 몽환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무슨 짓궂은 모순이랴 불을 바라 보고 있는 때 일수록 더 한 결 마음이 추워 오는 것임을  불을 보고 있을 때면 오히려 낙엽에 뒤덮인 광야의, 그나마 일몰의 시간을 혼자서 해먀는 경우 목지 않게 외로움이 젖어든다.
불은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고, 지나치게 진실한 까닭으로 해서 사람이 그 앞에서 욕되어 보이나 보다.
해설이 평평 쏟아지는 밤이라고 하자. 
길가를 오가는 인기척이 끊긴 지도 애래인 시간이라고 하자.
요람속애 아이는 잠들고 불은 세타게 타고 있다고 하자.
그 불덤불 속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음향은 들려오는 것이다.
불이 타는 음향, 불이 타는 냄새, 불이 타는 노래, 그리고 불이 타는 울음 소리, 어쪄면 웃음 소리이기도 한.
어디선지 마차가 오는 차량의 소리가 들리는듯, 누가 오는 듯, 누가 막 가버린듯, 무엇을 잘못 알고 무엇을 잘못 빋고 누가 영 가버린 듯. 영 가버리면서 있는 그 조마로운 시각의 지금이 기막힌 한 고비인 듯......
무섭지 않을 것인가
이런 때 몸서리쳐지지 않을 것인가 더우기 불은 처연할 만큼 아름답다.
더우기 불은 처연할 만큼 아름답다. 
그 불빛이 손짓처럼 흔들거리며 기어와서 피부를 적시고 얼굴에까지 진홍의 빛깔과 열을 당겨 준다.그것도 피로해 미칠 것 같은 흥염,그 시뻘건 마성의 빛깔과 열도인 것이다. 불이 혈관 속으로 기어들고 핏줄 속을 샅샅이 돌아다닌다. 마치 마의 곡예와도 같이 사람은 불그레 익고 정작으로 술처럼 발효한다. 이러한 때 과연 무섬증 없이 배겨냉 수 있다는걸까. 
옛날 신라에 어쩔 수 없는 한 사내가 있었다.
지존한 여왕을 사모하여 마침내 온몸을 불사른, 그 이름은 지귀라고 했다. 가슴속에  불길이 치솟아 몸을 태우고, 탑응ㄹ 태우고, 무섭게 사나운 화재가 되어 불탄 그 놀아은 인간 연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통쾌하고도 처절한 연소 
불을 지피는 절기가 겨울이다. 바깥은 펄펄쌓이는 백설의 밤이라고 하자. 
낡은 시집의 책갈피 속에 잊혀ㅣ지 않는 슬픈 연가의 귀절은  이직도 손끝이 저려 오도록 애틋는 마음 그대로이라고 하자. 
불, 불을 지펴야 할 게 아닌가. 
불붙은 장작더미를 바라보며 앉았어야  할 게 아닌가.
지글지글 검은 기름이 바다의 포말처럼 순시에 불을 뿜으며 소멸해 버리는 횡포한 야성의 불더미를 애워싸고 두세 사람쯤 마음 춥지 않게 마주 바라보며 않았어야 할 게 아닌가.
튀겨 오르는 화염은 느닷없이 겨울의 노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