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생각나는 것

고독한낙서 2022. 9. 16. 00:50

가을엔 산을 그리게 되고 여름철 한더위엔 물을 찾는게 통례라지만 내게 있어선 산도 물도 오히려 상정의 대상의 대상이여서 스스로도 과욕인 듯 염치 없이 여겨지곤 한다.

그야 가을 날씨의 영롱하도록 맑은 기류와 청정한 햇빛의 채염이 영롱히 속살까지 스며드는 물과 물이랑의 그 상명함을 저버릴 수 없고 아름드리 교목들이 짙푸른 녹음으로 풀어 주며 쉬개 하는 여름산의 그 충취를 버릴 수 없다는 얘기쯤 능히 능히 있겠거니와 역시나 산은 그 준엄한 묵시와 천일을 우러르는 나무들의 곧은 기품으로 보아 더욱 가을에 조화되고 바다는 출령이며 능실대는 원시의 자재성 그대로 소리치는 물결과 헤아릴 길 없는 수심의 암암스런 청량감 때문으로서도 보다 더 한 여름의 생리, 담대하며 도전적인 그것과 상부한다고 하고 싶다. 

더구나  애연한 동경 같기도 솟아 올라 안절부절 내 마음을 소란하게 하는 산수에의 유인을 곧잘 나는 격관 한다. 

그 중에서도 내겐 여름 따라 생각느는 바가가 있다. 실은 바다라기엔 너무 고요하여 오히려 호수라고 이름붙리기 알맞는 곳

동해의 한 기슭, 물살도 자난한 해안에 백사장은 온통 해당화의 꽃넘불로 길이 좁고 운창한 솔숲은 하늘을 가려서 마치도 화필로 점찍은 듯한 군데군데의 감청색이 그 곳서 볼 수 있는 창공의 전부이었다.

서른즘일 때의 과민한 나이로 그 풍정에 매료된 당시의 감격은 여태것도 내 마음에 새겨 남겨진 한 가닥 고운 회상이 아닐 수 없거니와 호수 같은 바다는 그대로가 하늘의 거울이요 창천의 별들이 낱낱이 물 위에 비쳐서 흡사히 별은 물 속에 살고 더리어 먼 하늘이 심비로운 광망의 투영에 잠긴 듯이 아슬히 신비하고 이름다왔음을 못내 잊는다고 하겠다. 

물 속에 뜬 별을 살그머니 두 손으로 떠 올리면 전율 같은  경탄이 나와 가슴 속을 줄화살처럼 지나가기도 했었음을.......

바다도 가고 세월도 가고 지금은 사막하며 거친 감정이 폐원의 잔디처럼 솟아 있을 뿐이어늘 본시가 산은 산새들의 동산,

물은 다시 물새들의 고장이였으므로 나는 사람 동리서 살아여 하고 벽으로 에워쌓인 답답한 울 안에서 기억 속의 수려한 산수를 먼 발치로 힐금거리는 것이 분수인가 싶다.

 

산은 먼 노래처럼, 바다는 가까운 소닛처럼 저마다 다른 견인을 던저 오건만 매해 어느만큼의 조바심만을 사이에 두었다가 다시 앉은 자리에서 마음을 쓸어 내려기만 하여 온 게 이 몇 해 나의 생활 습성의 일단이었다고 해서 좋다. 

내 기억 속의 그 바다는 내 마음에 둥지를 깃든 새와도 같이 영락도 없는 마음의 바다가 되어버렸고 이따금 여기서 푸른 해풍이 나의 혼란한 더운 머리 위로 불어 오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에도 계절이 있고 마음 속의 산수도 철다른  풍취가 머무르고 또 지나감이야 새삼 말알 나위가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