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슾 뒤켠 200여. 두의 비육우를 치는 축사였다. 읍내 우시장 서는 날이면 축사 앞에 설치된 철제 틀 속에서 크낙한 소를 더 키우려고 용을 쓰곤 했다. 아귀를 벌려 두어 됫박의 소금을 욱여넣고, 식도 깊숙이 물호수를 밀어 넣고, 등짝이며 뱃구레를 냅다 몽둥이질해 대던 사람 이야기다. 소거간꾼을 해서 없는 집을 일으켜놓고선 이젠 벤츠 기름 값을 벌충하려고 그러나? 그 조악한 짓 한 시간이면 이삼십만 원은 거뜬하다고 누렇게 웃곤 했다. 글안해도 개기름 밀리는 얼굴이 땀범벅이 되도록, 울음소리도 못내고 차마 눈깔 뒤집던 소처럼 용을 쓰더니 그 사람, 그런데, 지금 없다. 하루 종일 축사에 마블링 좋게 나오게 한다며 클래식도 뜰어주던 그 사람. 그 마블링 잘 빠진 소고기 안주에 냅다 폭탄주 털어 넣다가 식도정맥류라고, 세칭 간이 터진 것이다. 나는 결코 섣부른 인과론자는 아니지만, 모든 삶과 죽음에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라서 여기 이 이야기를 남긴다.
'작가들의 글 > 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재종 - 나무속에 물관이 있다 (0) | 2025.05.31 |
---|---|
산등성이 / 고영민 /길태안-그대에게 (0) | 2025.05.26 |
이런 고요 / 황동규 /기슭으로 가는 배 (0) | 2025.05.18 |
훼방둥이 / 황동규 /Sia - the church of whats happening now (2) | 2025.05.10 |
대상포진 - 황동규 (1) | 202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