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명은 바람의 영토였다 한 지명이 쓸쓸한 모습으로 낡아가거나 새롭게 태어난다 하더라도 세상의 지명은 바람의 품 안에 있었다 지명은 바람의 방향으로 생명의 길을 갔다 바람이 가고 싶은 곳, 그러나 갈 수 없는 곳이 있었다 바람의 등 이였다 바람의 등은 바람의 영토가 아니였다 몸 이였다 몸은 닿을 수 없는 오지였다 바람의 등은 온갖 지명에 긁혀 상처 투성이였다 바람의 등은 상처 아무는 신음 소리로 퍼덕인다 나는 내 등을 보지 못했다 등은 쓸쓸히 낡아 갈것이고 홀로 불 밝혀 기다렸을 것이다 내 몸의 오지 였던 등을 어루 만지던 손길이 슬픔의로 술렁이던 기억이 있다 펄럭이지 않던 등의 상처를 드러내지 못했던 등오로 꽂히던 말의 화살이 있었고 등을 타고 넘던 숨소리가 있기는 했다 내 등의 세상의 모든 소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