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감정노동이다 107

들꽂

주인 없어 좋아라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송이 송이 핍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꽃이니우리들 마음은 마냥 들꽃 이로다 뉘 꽃이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이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꺽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어서 사노니 내버려 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소년

바람들 닿는 곳 어둠을 이르는 곳거기 등 하나 켜 있는 거기서 널 다시 만날 때까지맑은 눈물 하나 지키고 싶구나사람들의 마을 한켠에 네가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 사람들의 마을 한켠에 네가  힘없이    서성거릴 때  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그 어둑한 곳에서 네가 조그맣게 노래를 할 때 그 외로운 가슴으로 네가 나지막히 노래를 할 때    난 슬프게 웃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난 슬프게 웃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지금 바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 어둠들은 어디로들 가고 있을까  네가 그 젖은 눈으로 멍하니허공을 바라볼 때난 철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