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995

노선 / 천양희 / Sia - The Bully

형님은 자기 노선이 잇소? 독립문 지나다 아우가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자신에게 반문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 아직 그런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나의 노선이 될 텐데   아우는 자기 노선이 있나? 광하문 지나다 형이 묻는다 그는 대답 대신 형에게 반문 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요 아직 그런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너의 노선이 될텐데   가다 보면 길이 되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면 그 희망이 우리의 노선이리 Sia - The Bully

노래 / 강정 / Alison Krauss & Union Station - Home On The Highways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뜯어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랑에 빠지셨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고 하지 마세요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물푸레나무 / 박형권 / Aconcagua - Ojos Azules (중남미)

물푸레나무/ 박형권 저 나무, 물푸레나무안에 들어가 살림 차리면숟가락과 냄비를 들고 부름켜로 들어가방 한 칸 내고엽서만한 창문을 내고녹차 물을 끓이면지나가던 달빛이 창문에 흰 이마를 대고나물처럼 조물조물 버무린 살림을 엿보겠다나는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고겨울 들판에서 옮겨온 밤까치꽃 같은 여자가 뜨개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벽에 귀를 댄다물푸레나무에는 물이 많아서천장에서 똑똑 물이 떨어져그릇이란 그릇 죄다 받쳐놓으면실로폰 소리 나겠지겨울 내내 물 푸다가 봄이 오겠다여자하고 나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고작해야 서로 좋아하는 것나의 하초와 여자의 클리토리스가 파랗게 물이 들도록끙 끙 끙어떻게 어떻게 힘주다 보면나도 모르게 봄을 낳아서갓 낳은 알처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세상이 찾아오겠다그때 창문을 열면?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김원중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 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며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쟁이 목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손까락 사이에 낀 아침 / Musa Dieng Kala - Kalamune

들길 너머 양지뜸에 움막 하나 짓고 똘똘한 삽살개 한 놈 데불고 싶다 혹 모르는 손 찾아와도 너는 짖지 말아라 이젠 헛된 목청을 아껴두어야지 뜰 앞의 복사꽃 바람에 흩날리고 불현듯, 묵은 서러움이 목구멍을 간질거릴 땐 이웃집 할머니 텁텁한 농주라도 받아마시자 아아, 취한 세월은 이미 자취도 없어 봄은 또 저 혼자 열렬히 타오르다 사위겠지만 한평생 부치지 못한 편지는 모두 술잔 속에 불사르고 저 꽃 그늘 속 나비떼들의 싱싱한 꿈도 보이는 그런 봄날의 울 밑에 누워보고 싶다 가끔 바람에 꽃잎 하나 찾아와 네 소식을 물으면 그냥, 이렇게 나처럼 살고 있다 하고. 바다가 보이는 허름한 스레트집안에서 나는 이 봄을 그렇게 죽여가고 있다.   어딘가 박혀 있을  습작 중에서.. Musa Dieng Kala - 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