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 봄날 오후 / Graeme Allwright - La Mer Est Immense
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색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머니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 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아 -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그·러·바·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 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 놓고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피어라, 석유! 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 나를 꽃피워주세요 당신의 모 깊은 곳 오래도록 유전해 온 검고 끈적한 이 핏방울 이 몸으로 인해 더러운 전쟁이 그치지 않아요 탐욕이 탐욕을 불러요 탐욕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