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엘리제를 위하여 / 장수철 / Boubacar Traore - Mouso Teke Soma Ye

ivre 2025. 1. 10. 12:14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능수버들 낭창낭창 흩날리듯
못갖춘마디의 도입부가 길바닥에 뿌려지고
트럭이 신중하게 후진할 때에 맞춰 속 깊은 엘리제가
후사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비탈의 이면을 분산화음으로 쓸어내리면,
골목길 바닥에 앉아 있다가
주섬주섬 공깃돌을 들고 일어서는 아이들.

비탈을 오르다 힘을 잃거나
잘못 들어선 막다른 길에서 돌아 나올 때
홀린 듯 사는 내가 갑자기 낯설어 다시 나에게로 들어설 때
걸어온 길 위 올망졸망 피어난 이끼꽃 식구들까지 처연히
짓밟으며 나는 언제나 못갖춘마디로 되돌아와야만 했구나.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나의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