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는 어디 있는가.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능수버들 낭창낭창 흩날리듯
못갖춘마디의 도입부가 길바닥에 뿌려지고
트럭이 신중하게 후진할 때에 맞춰 속 깊은 엘리제가
후사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비탈의 이면을 분산화음으로 쓸어내리면,
골목길 바닥에 앉아 있다가
주섬주섬 공깃돌을 들고 일어서는 아이들.
비탈을 오르다 힘을 잃거나
잘못 들어선 막다른 길에서 돌아 나올 때
홀린 듯 사는 내가 갑자기 낯설어 다시 나에게로 들어설 때
걸어온 길 위 올망졸망 피어난 이끼꽃 식구들까지 처연히
짓밟으며 나는 언제나 못갖춘마디로 되돌아와야만 했구나.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나의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
'작가들의 글 > 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광일 /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Cat power - Living Proof (0) | 2025.01.17 |
---|---|
권경인 / 슬픈 힘 / Nick Drake - Pink Moon (0) | 2025.01.05 |
스물여덜 어느날 / Djivan Gasparyan- Mother of Mine (0) | 2025.01.04 |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 Club 8 - Stay by my side (0) | 2024.12.26 |
방을 깨다 - 장석남 / Sia - the church of whats happening now (2) | 2024.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