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74

5월에게 안부를 묻는다

얼마만의 안부인가 오월에게 안부를 묻는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일컫는 이 풍요로운 달에 그대들이 받은 축복과 기쁨도 가히 넘치는 것이길 바랍니다. 오늘 그 심정의 기후는 어떠들 하신지요. 백옥같이 (실은 백옥같지는 않았다) 빨아 넌 빨래들은 바람을 안고 햇빛 안에 너을 거리며 해 그림자는 뽀얗게 마른 땅 위에 망사를 덮었을 겁니다. 열어 젖힌 창문을 넘어오는 바람은 갖가지 꽃나무를 쓸어 와 터질듯한 꽃향기를 솨아솨아 뿌려주곤 했을라나. 오후쯤 지나서 몆가지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갔을 땐 물거픔 처럼 자잘한 땀방을이 머리 밑을 촉촉히 축여 주었으며 그대들은 흘려버린 무언가를 찾듯이 그 몆 번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거기에도 햇빛이 하나가득 널려 있었구요. 구름 넘어 또 구름. 아득한 날 꽃잎처럼 흘려 보내던 ..

순수의 평화

언제나 바쁘다는 의식 속에 잡혀 지낸다. 일한 것의 질량을 되돌아 보면 우습도록 보잘것 없는데요 감당 못 할 분망이 나를 지배 하며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몰아붙히곤 한다. 가슴속은 더 바쁘다. 마음에 파도 치는 물이랑이 기슭으로 밀려와 차례로 부서진다. 잠시 공중에 치솟고는 풀어져 종이처럼 얇개 해안에 드러 눕는 물결들. 나도 그렇게 누워 버리고 싶다. 두 팔을 길게 드리워 힘을 빼고 마치도 영원속에서처럼 오래 오래 눈감아 있다면 좋겠다. 모든 감관을 닦아 두고 오직 젹멸 가운데 머무르며 안식의 기름을 온몸에 발랐으면 싶다. 살갗을 통해 몸속의 오장육부에도, 그리고 영혼의 전역에까지골고루 향유를 입힌다면 좋으련만은. 사람의 육체는 결핍된 영향분을 청구 하도록 마련이고 이것이 병중으로 나타난다고 들었다. ..

고독한 낙서 #

얼마만에 글을 쓰는건지 모르겠다. 점점 더 글 쓰기가 게을러 지고 있다. 아니 좀더 솔찍하게 말하면 언어를 잃어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래선 안되는데 다시 글 걸음마를 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처럼 커피 한잔과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다. 오랜 습관인게지 꽃을 샘하는 봄 눈이 몇 차례 뿌리고 간 사이 벌써 여름이 와버렸다. 옷섭의 습기가 사뭇 그냥 이던 것을 여름 햇살을 쬐면 그 물기도 가녀린 수증기로 걷혀 가겠거니. 사람은 뭘 하고들 있나?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모든 이가 목소리를 합쳐 소리 지른다. 바르고 자유롭게 살자고 한다. 윤택하고 따습게 살자고 한다. 그야 인권의 발언이지. 겨우내 자기 땅의 역사를 묵상하던 이들이 지금 신선한 여름 새벽을 맞았다. 여름의 상명한 기운이 담향과 섞여 ..

고독한 낙서 (몆번째인지 모르겠다)

옛 시대에선 보고 싶은 마음을 가슴 안에 간직 하며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 전화도 없던 그 시절, 밤을 지새워 간곡한 길 편지를 쓰며 지우며 하면서 말이다 마음을 열고 막혀 있던 진실들을 드러냄이란 먼저 그 자신으 영혼을 거울 속에 비치는 것일것이다 구름밭 같은 안개를 뒤로 두르고 한 여자가, 한 남자가 가려진 모든 마음을 헤쳐내 진심의 가얏고를 우려 내고 있다. 먼 길을 와서 이제애 당도한 듯한 그 귀의심 한가닥뿐이다. 거울속에 남겨진 나의 모슴은 어떠한가. 더하여 또 하나의 사람이 함께 떠오름은 더욱 어떤 자태일지. 그와 더불어 한 운명을 둘이 나누고자 원할 때 그 심정 오죽이나 절실한 것이겠는가. 바로 이 자리, 이 시간에 다다르기 위해 먼데서 오랫동안 왔으며 천만 사람 가운데 그를 찾았다..

목가적 풍경의 노래

샘에 한없이 물이 괴듯이 공기나 바람에 있어서도 뒤를 이어 솟아 나는 무량의 근원지가 있을것 같다. 공기 오염이 없는 전원이나 싱그러운 나무들이 혜치고 들오 서는 산길에 이르면 혼탁한 두뉘가 수저어럼 닦여 지며 바람의 단맛과 대기의 자영분도 금새 알아 차리리라. 사람의 신생아처럼 바람에도 지순무구한 탄생들이 즐을 이을 것이며 거기에는 아마도 성지겠거니 여겨진다. 갓 태어난 바람들을 만나고 싶어 나는 조금 전에 내 집앞 산을 올라 갔다 내려왔다. 멀리는 갈 수 없고 간혹 밤글에 지치거나 밤 사진 작업에 지쳐 가슴이 죄여 들거나 하면 집앞 산에 올라가 몆번 심호흡을 한다 우람하게 솟아 있는 은행나무, 감나무, 호두 나무, 이름도 모를 나무 위로 웅려한 바람들이 아늑히 얹혀 그 위의 억만 별떨기로 부터 뜨거운..

나의 마지막 인연이 당신이라면 이 편지를 받아 보십시요.

늘 그렇지만 오늘따라 늦은 기상을 하고 그리 넓지 않은 마당을 서성이고 있을 때 공중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나무비늘들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다가올 추위를 견뎌낼 나무들의 수피가 요 몆일 따뜻한 날씨로 인하여 수분으로 녹아져 생선 비늘 같은 몇 부스러기의 갈색 껍질을 떨구었습니다. 올려다 보니 싱그러운 오후 창공에 나무 기러기떼 떠 있듯이 나목 가지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뭔가 가슴을 쳐 오는 장쾌의 느낌이 샘솟았습니다. 마지막 사람이여. 내 눈이 볼 수는 없었으나 천지간에 안개이듯 구름이듯한 수증기가 완연 합니다 모든 틈서리에까지 이른듯 하나 신춘의 입김이 흥건히 젖어들고 만상이 속속들이 축여지고 있다는 사실. 처음으로 눈 뜬 사람처럼 놀라움과 희열이 나의 핏줄 속을 감돌았습니다. 사람 한 평생에 몇번이나 ..

고독한 낙서

글 걸음마를 시켜 본 지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난 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을까. 제탁을 생각해 본다. 실박한 네 다리를 높다라니 뽑아 올리고 그 위에 판자 하나를 깐다. 이 과정을 무척 공들이고 정밀한 목조각 으로 이루이 내는 소도 있다 왜 그럴까. 제탁을 무엇에 쓰려 하기 때문일까. 대답은 아주 쉽다. 제탁을 만드는건 촛대 하나를 올려 놓기 위해서이고 더러는 과기나 향로를 얹어도 둘 쓸모를 위한 마련이다. 어느 특별한 하루나 한 시간을 위해 우리의 시간에 아득히 쌓아 올려 지고 그 아찔한 꼭두에 고귀한 한 보람이 잠시 피어 오르기도 한다. 빛과 그늘이 한시에 숨죽이는 오직 유례 없는 시간. 가령 장미 한 송이에 있어 그 진미의 사간은 불과 5분간이라지만 한 정신과 그 정신이 빛어 내는 시간의 정점..

변절의 구실

지난 세월 .. 사실 너무나 까마득해 기억도 가물가물한 생대구의 뿔다구 같은 심해의 추억들이 이젠 퇴행성 추억질환의로 조금씩 나의 세상에서 살아지려고 하는 지금의 내 생활. 난 다시 탄광촌에서 입었던 땀에찌든 작업복을 생각해 본다. 언제나 탄먼지로 무장을한 막장 안에서 공차를 끌고 돌아오던 그들의 등에는 동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날카로운 삶의 처절함을 오후 날선 햇빛을 받아 마치 중세의 전투복처럼 반짝이고 있었던 ... 그 작업복 아크레의 살육을 금방이라도 끝마친 듯한 알수 없는 비린내를 동반하며 그들은 매일 새벽마다 중새의 까마득한 막장안에서 그렇게 전쟁을 치르고 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시민군들이엿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 처절하게 벌이는 전쟁만큼 일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목숨을 걸고 막장에 들어가 돈푼이..

새벽과 시작은 동의어이다.

심산의 유곡에서 허덕이며 육체도,정신도 만진창이가 되어 지내온지도 근 한달이 되어간다. 왜, 나도 모른다. 아주 오래간만에 글 한 줄 써 보려고 술 한잔을 빌려 의자에 앉았다. 감성이란 놈이 절실 해서 이다. 무얷을 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써 내려 가 볼까 한다. 시작의 의미는 새벽의 의미와 동일 하다. 밥중에라도 결정 짓고 즉시 시작 한다면 그것은 홰를 치는 첫새벽 되는 것이다. 정년 그건 새벽이다. 무더운 여름밤, 잠도 설치고 번민의 늪에서 허위적 거리던 내 육신이 땀에 젖어 긴 머리채를 냉수에 감아 행구고 손을 모아 태초이 할배와 할미에게 기도 드린다면 필시 그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소망과 결정을 들어 올린다면 그또한 푸드득거리는 날개짓으로 여명의 하늘을 날아 오..

세월을 모두 긴 통로처럼 등 뒤에 깔고

지내온 새월을 모두 긴 통로처럼 등 뒤에 깔고 길 위에 드문 드문 가로수 늘어서 듯 회상의 표말 늘어선 여기 나는 말의 화사한 날개를 벗고 소박한 촌빨 날리는 사내가 되어 글을 쓰려한다 더 단순하게 되고 될 수만 있다면 갓 생겨난 사내아이처럼 되는게 나의 소원이다. 이적을 꿈꾸거나 턱없이 큰 가치를 부러워하는 일에는 켤코 마음을 쓰지 않을 것이다. 많이 갖진 못했어도 영 굶주림 모른다면 그로써 족할것을 하기사 어떤 사람이 내게 그랬다. "고독하지 않으면 글이 나올 수 없다" 내게 고독이 있다면 내 어찌 가난하다 이르리. 밤 글을 쓰느라 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앉기 전에 커피를 갈아 내려 진하게 한 잔 가득 만들어 커피 향을 흡입 하며 행복감에 젖어 보자는 심사 였다. 약간은 성공한듯 하다.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