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커 보면 정녕코 부조리의 사태뿐 우선 사람에겐 정신의 기갈보다 육체의 기갈이 한결 더 절박하며, 슬픔보다 오욕이, 오욕보다 한치 절박한 공포가, 더 강하고 몸서리쳐진다고 할 때 나는,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당신들은 그 어느쪽의 죄석에 있었는가. 내 육체는 여직껏 굷주린 일이 없다. 공복과 기갈이 그리고 혼란의 나라, 삼순구식(三旬九食) 이란 말 마저도 흔하게 쓰여 온 나라에서 내 육체는 내 육체는 한번도 굶주린 일이 없다. 내 정신도 촌각이 가파로운 불안의 밑바닥에 끌려 다니며 수모와 저항에 참담히 뇌수를 자극한 일이 없어 왔었다. 나는 삶의 준령을 모르는 사람이다. 내게 닥처온 곤혹이란 고작 감정의 용량을 흔들었던 그것이고 거기따라 높은 소리의, 얼마간 과장된 절규를 자아낸 데에 불과했었다. 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