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74

생명의 斜線

돌이커 보면 정녕코 부조리의 사태뿐 우선 사람에겐 정신의 기갈보다 육체의 기갈이 한결 더 절박하며, 슬픔보다 오욕이, 오욕보다 한치 절박한 공포가, 더 강하고 몸서리쳐진다고 할 때 나는,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당신들은 그 어느쪽의 죄석에 있었는가. 내 육체는 여직껏 굷주린 일이 없다. 공복과 기갈이 그리고 혼란의 나라, 삼순구식(三旬九食) 이란 말 마저도 흔하게 쓰여 온 나라에서 내 육체는 내 육체는 한번도 굶주린 일이 없다. 내 정신도 촌각이 가파로운 불안의 밑바닥에 끌려 다니며 수모와 저항에 참담히 뇌수를 자극한 일이 없어 왔었다. 나는 삶의 준령을 모르는 사람이다. 내게 닥처온 곤혹이란 고작 감정의 용량을 흔들었던 그것이고 거기따라 높은 소리의, 얼마간 과장된 절규를 자아낸 데에 불과했었다. 반이 ..

빛과 노래와 그리고 소망 (거제도 여차에서)

어수선 하고 지리하고 그 시간이 너무 길다고 여겨진다. 인생이 또한 엄청난 누적물이라 싶어 압도될듯 놀라 버리곤 한다. 사는걸 겁내는 것도 아니건만 견딜 수 없는 공포를 삶의 그 살 냄새나는 가슴에서 때때로 느겨내는 버릇이 있다. 회의 하는것 부인하는 것만도 아니며 철학자와 같이 사색과 자성의 와중 깊이 들어가려고도 아니한다. 감상 따위야 본시 나에게 많았었지만 이젠 그것조차 거의 써 버렸다고 자처하는 이즈음에 왜 이리 손톱끝에 불이 당겨진듯 나는 목이 탈까. 문득 저 포말을 그리며 여에 자기 몸을 부딛히며 소리를 지르는 저 파도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다. 서늘한 포말 속 깊히 내 반신을 박아 놓고 우설조차 함께 견딘다면 어떨까. 낯익은 권태, 한 잔에 술 결국 내가 본건 건조한 소리였다.

머나먼 데서 오는 새벽에게 고하는 말 (음악 (Celtic Graces - A Best of Ireland..중에서)

새벽은 어디서 오는가. 사람들은 새벽을 기다린다. 먼데서 오는 새벽을 만나려고 그 모습이 잘 보이는 산등성이에 오른다. 물먹인 빳빳한 새 옷을 입고 새벽은 오나? 청모시 도포를 입고 새벽은 오나? 새벽을 기다리며 긴 밤 내내 새벽의 생각에만 골몰할 때도 있다. 새벽이 오리라고 믿으므로 하여 밤의 살결에 이슥토록 손을 얹기도 한다. 진맥하는 늙은 노스님과도 같이. 새벽이 오면 모든 갈증이 풀릴까?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단 샘물이 될까? 막혔던것 모두 이어지고 주름잡힌 남루들도 인두로 편듯이 고쳐져서 재생 될까? 그러나 새벽은 밤의 끄트머리에 이어진것, 밤의 무궁한 심연, 밤의 역사와 고뇌를 다 러 갚아야만이 그것과 만날 수 있다. 바깥을 내다보면 안개 먼저 자욱이 서려 있다. 희쁘연 여명이 벌써 와서 우리의..

땅속에 밖혀 일체의 수분을 빼앗긴채 말라가는 ....

나는 죽었다고 생각 하자. 죽은 목숨이 어느동안 그 전에 살던 삶을 이어 산다고 생각 하자. 죽은 일의 절차를 생략하고 몇 사람의 가슴은 슬픔이 괴기도 할 그런 송구스런 수속도 손쉽게 거쳐 버렸다고 생각하자. 그 때문에 이런 일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좀더 살아 볼 일이다. 우선 오늘 하루 더 살아 볼 일이다. 아아 몇시간 동안만 내 마음을 수습 한다면 앞으로 참 오래 살 수 있을것 같다. 누군가 아주 조금만 나를 붙들어 준다면 저 땅속에 밖혀 일체의 수분을 빼앗긴채 말라 가는 저 기둥처럼 되지는 않을텐데. 오늘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는다.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6

태초의 할매여, 슬픔이 투명 하려면, 종소리 맑디 맑게 아홉 하늘 울리려면, 몇몇천만번을 더 사람도 울고 종도 소리 질려야 하는 겁니까. 내가 배운 말중에 넘치는건 수식어요, 모자라는건 확신한 결단의 어휘뿐이였던 것입니까. 고백하건데 이제것 내 머리속의 글들은 지나친 형용사 따위로 가면을 쓰고, 드넓은 바다를 손톱만한 돛 하나 달고 항해 하는 꼴 이였습니다. 이전에 저는, 제가 생각하는 바의 사상의 크기보다 좀더 상황을 부풀려 나타내는 해픈 말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후론 또 반대로 제 사념을 다 드러내기에 말의 상식이 엄청나게 달린다고 절감하곤 했습니다. 하면, 어느쪽이 얼마만큼의나 더 어설푼 것이겠습니까. 사실로 말해 남들이 제게 대해 아는 것보다 실지의 저는 더우기나 어리석습니다. 나태하고, 축축..

무룻 따뜻한 것이 그리워 옴이 겨울 아니랴.

무릇 따뜻한 것이 겨울 아니랴. 튀겨 오르는 화염은 느닷없는 겨울의 노래임을. 가랑잎을 지피던 땍도 이미 지나갔다. 투박스런 석탄덩이를 던져 검은 유지를 뿜으며 지글지글 타오르는 야성의 불더미를 애워싸고 돌아들 앉을 때다. 가슴속에 주홍의 꽃망을이 돋아나듯 한편 괴이하고 한편 격렬한 감동이 치민다. 흡사 표효하는 불바다를 머금은듯 하다. 도시, 용서없이 진실한 것에 불을 따를 만한 것이 다시 있을까.참을 수 없는 동경이 마침내 더 참지 못하는 한 뜨거운 묵언의 고발을 제시하며 나서듯, 그것은 부드러운 담대와 현요한 몽환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무슨 짓궂은 모순이랴 불을 바라보고 있는 때일수록 더 한결 마음이 추워 오는 것임을. 불을 보고 있을 때면 오히려 낙엽에 뒤덥힌 광야의, 그나마 일몰의 ..

사람의 추위를 느낀다.

음악이 너무 시시 합니까? 알았습니다 다음 곡을 클릭 하십시요 대신 구토라던가 현기증을 느낀다면 앞으로 음악 들으며 시시하단 말은 삼가 하십시요. 만남을 위해 준비 하듯이 이별을 위해서도 오랜 동안 담념히 이 뜻을 쌓아 올릴 수 있다. 그야말로 이별의 도를 닦으며 긴 시간을 이별의 준비로 해 보내는 것이다. 옛날 여인들이 얼굴을 비춰 보던 구리 거울은 몇천만 번이나 갔길래 마침내 사람의 모습이 선현히, 마치도 구름을 가르며 떠밀려 나오는 달덩어리 같이 그 안에 담겨 올랐는진 모르지만 그처럼도 공드려 수고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하나의 이별을 마련하는 일이 있음을 지금 나는 얘기 하고 싶다. 방안에 앉아 있는데 손이 시렵다. 내 겨드랑이에 양손을 품어 본다. 손이 따뜻해 지는 만큼 대신 겨드랑이가 시렵다. 담..

세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4 (배경음악)Madredeus - Na Estrada de Santiago.. 외 6곡

슬픔은 그리도 많은지, 목마름은 그리도 많은지, 진정 혼자의 시간이 무섭고 한번씩 나의 영혼이 전률하듯 처참히 소스라칠때가 있다. 언제나 우리를 돌보시며 함께 하신다는 성서의 신이 아니고 사람이 그래 줬으면 좋겠다. 니미럴..... 사람이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사랑 하며 내가 간망 하는 한 사람이 내 옆에 늘 있어 주고 산울림처럼 내 마음에 어김 없는 대답을 들려 줬으면 좋겠다. 하기야 이건 모두 사람 그 누구나가 가슴에 품어 절절히 갈구 하는 가장 보편적이며 기본 적인 욕구일것을 모른다 하지 않겠지만, 저마다에 있어 새삼 아프고 심각 하여 마치도 무류의 진실처럼 모든 비교를 초월해 통열히 불타는 무서운 염원이라 할 것이다. 어져면 평생을 지속하는 서러운 집념 이라고도 할 것이다. 인간의 통례라 할 이 ..

오늘 보고 싶은건 하늘까지 맞다은 그 수평선이였다.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할 만큼 둘은 한가지 색조에 풀어져 시야의 끝머리에 가로누워 있으리라. 그 꿈속 같은 광경을 능히 현실 인듯이 상상해 낸다. 한 필의 연이은 비단 피륙처럼 머리 위 공중에서 아슴푸레한 저 편까지 거대한 포물선을 그으며 높히 멀리 이어져 있을 수평선을 눈에도 굶주림이 있어서 오랫동엔 못본 것에게 목마름을 탄다. 매일 보는 바다임에도 언제쯤 수편선을 봤던가 싶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실개천 같은 느낌 뿐이다. 그 기억을 떠올리기 조차 어려운 지경에서 나는 오늘 불현듯 치받는 충동에 겨워 간절히 내가 아는 바다 생각에 집중 했다 제주도에서의 17년 작은 보트를 타고 바가 한가운데로 나가 작은 여에 올라 낚씨를 하며 보던 그 바다. 너는 어디 갔느냐, 언제나 생각 하는 일이지만 ..

바람이 투명해질수록 가슴은 더워진다

바람이 투명해질수록 가슴은 더워진다 늙은 산누에가 제 발자국 지우며 함께 보낼 시간을 엮는 저녁 언약을 속삭이는 잎새에게도 무리지어 솟구치는 새들에게도 나는 작별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여문 씨앗을 알뜰히 버린 빈 숲에서 다만 겨울나무가 되어 휘파람을 불 뿐이다 금기를 누설하지 않는 그믐 밤 말을 건네 오는 묵은 별들에게 사랑의 상흔을 보여주며 기다림을 견딜 것이다 숲이 나누는 바삭거리는 이야기들이 입김마다 얼어 서리가 되는 새벽 한 겹의 나이테를 껴입으며 내 몸에 깃을 치던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볼 것이다 겨울이 이울도록 산누에나방은 고치 속 두꺼운 어둠을 씻어 옷을 짓고 몸이 어는 동안 깃을 드리지 못할 삭정이를 부러뜨리며 나는 지독한 그리움으로 노래할 것이다 뒤꿈치가 밀림에 닿아 있는 바람 냄새를 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