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여행지

조금은 특별한 여행. (문화재가 된 다리,징검다리, 삽다리..등등)

고독한낙서 2013. 3. 7. 22:12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물이 있는 곳에 모여 살며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 살았으니 당연히 물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둘씩 다리가 놓이면서 다리는 사람과 물자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다리의 역할이 단순히 사람과 물자의 소통에만 그친 것은 아닙니다. 다리가 있어서 사람이 왕래하고 사람이 왕래하며 기쁨과 슬픔 그리고 문화와 경제가 다리를 통해 오고갔을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다리를 놓기 시작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옛 다리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문화재가 되었거나 혹은 사람들의 정서를 담은 다리들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순천 선암사 승선교

 

선암사의 승선교(昇仙橋)는 많은 사람들이 옛 다리 중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다리입니다. 조계산의 동쪽 계곡을 건너는 다리로, 협곡 사이에 놓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홍예교(虹霓橋, 무지개다리)입니다. 승선교의 홍예는 다른 홍예교의 홍예에 비해 매우 또렷해서 거의 반원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다리 윗 부분은 평평한 편이어서, 교각 부분만 홍예를 이루고 있습니다. 승선교는 계곡의 바위 위에 그대로 세운 것이 특징이며, 홍예를 만드는 부분만 돌을 다듬어 쓰고, 그 외의 돌들은 잡석을 차곡차곡 쌓은 형태입니다.

언뜻 보기에 큰 특징은 없어 보이지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루어 승선교 자체도 그대로 풍경 속에 녹아든 느낌이 드는 다리입니다. 승선교 뒤에 강선루(降仙樓)라는 누각이 있는데, 이 누각이 승선교와 짝을 이루는 누각입니다. 강선(降仙)이라는 말은 선인이 내려온다는 뜻이고, 승선교(昇仙)이라는 말은 선인이 올라간다는 뜻이니, 하늘의 선인이 강선루로 내려왔다가 승선교에서 다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적인 이름이라기보다는 도교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승선교는 1713(숙종 39) 선암사의 호암화상이 세운 다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300년 정도 나이를 먹은 다리로, 1963년 보물 제40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홍예교(虹霓橋)

 

                                        

                                      우리나라에는 많은 흥예교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하나인 위 사진은 창녕의 만년교 입니다.

 

 

홍예교(虹霓橋)란 무지개모양의 다리란 뜻입니다. 무지개 홍() 자와 무지개 예() 자를 써서 부르는 이름이며, 줄여서 홍교(虹橋)라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말로는 그냥 무지개다리이고, 서양식으로 말하면 아치교입니다. 홍예교는 주로 교각 부분이 무지개처럼 아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어떤 다리는 상판까지 무지개 모양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홍예교를 만들 때는 먼저 나무로 홍예 모양의 받침틀을 만는 뒤 그 나무 받침틀 위에 돌을 맞추어 홍예 모양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홍예의 정 가운데에 마지막 돌을 끼우면, 무지개 모양의 돌들이 스스로 다리의 하중을 받치게 됩니다. 이 마지막 정 중앙에 끼우는 돌을 머릿돌(혹은 멍엣돌)이라 부릅니다. 사찰 입구에 있는 홍예교의 머릿돌은 주로 용머리 모양으로 다듬어 끼우는데, 이는 사악한 기운이 경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의미가 있습니다. 머릿돌까지 끼우고 나면 나무틀을 치우고 홍예교가 완성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홍예교는 매우 튼튼해서 머릿돌만 빠지지 않는다면 웬만한 무게나 물살로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수 흥국사 홍교(虹橋)

                                      

 

여수 흥국사에도 아주 멋진 홍예교가 있습니다. 다리의 이름이 따로 없어 그냥 흥국사 홍교라 부르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선암사 승선교에 절대 뒤지지 않는 멋진 다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흥국사 홍교는 선암사 승선교보다 훨씬 길고 높은 다리인데, 교각뿐 아니라 다리의 상판, 즉 윗부분도 가볍게 홍예를 이루고 있어 매우 우아한 느낌을 주는 다리입니다. 1639(인조 17)에 세워진 다리로 승선교보다도 약 80년 정도 앞선 다리입니다. 그러나 언제 보수를 했는지 모르지만, 보수 시 일부 시멘트를 사용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 다리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옛 다리 중 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다리이니 이 정도로 보전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진달래로 유명한 여수 영취산 아래에 있어, 봄 진달래철이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데, 아쉽게도 이 홍교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수 지역을 여행할 때면 꼭 한 번 흥국사에 들러 이 흥국사 홍교를 보시기 바랍니다. 1972년에 보물 제56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보성 벌교 홍교(虹橋)

       

 

꼬막으로 유명한 보성의 벌교에도 오래된 홍교(虹橋)가 있습니다. 벌교읍을 가로지르는 벌교천 위에 놓인 다리로, 옛 홍교 중 가장 길이가 긴 다리입니다. 다리가 길다보니 다리 교각 부분의 홍예도 세 개나 되는데, 1980년대에 벌교 홍교를 보수하면서 넓어진 강폭에 맞추느라 홍교 옆에 홍교를 흉내낸 다리를 이어놓아, 이 다리까지 합하면 홍예가 여섯 개나 됩니다. 그러나 이때 새로 세운 다리가 홍예교를 흉내 낸 콘크리트 다리여서 벌교 홍교의 아름다움을 반감시키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그러나 아직도 벌교 주민들이 이 다리를 오가고 있어, 벌교 홍교는 굳세게 다리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벌교 홍교는 1737(영조 13)에 세워졌습니다. 선암사 승선교보다 20년 뒤에 만들어졌는데, 선암사의 스님들이 내려와 벌교 홍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선암사에서 승선교를 만들었던 경험을 잘 활용해 세운 다리인 셈입니다. 본래 이 벌교가 있던 자리에는 뗏목을 이어 만든 다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뗏목을 이어 만든 다리를 뗏목 벌() 자를 써서 벌교(筏橋)라 합니다. 그러니 이 지역 이름인 벌교도 바로 예전에 있던 뗏목 다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뗏목 다리는 큰 비만 오면 떠내려갔기 때문에 1729(영조 5)에 이 자리에 돌로 다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후 1737년에 다시 무지개 모양의 홍교로 다리를 고쳐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1963년에 보물 제304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경주 불국사 청운교(靑雲橋)와 백운교(白雲橋)

                                     

 

경주 불국사에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다리가 있습니다. 불국사의 자하문과 범영루 그리고 안양루를 떠받들고 있는 석축을 불국사 대석단이라 부르는데, 이 불국사 대석단을 오르는 계단인 청운교와 백운교가 그 다리입니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대웅전 앞 자하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입니다. 아래 18계단이 청운교이고 위쪽 15계단이 백운교로 모두 33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청운교와 백운교는 계단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다리라 부르는 것을 보면, 예전에 청운교 아래에 연못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잔디밭이 있는 자리가 아마 연못이었을 겁니다. 이런 까닭에 청운교 아래 부분은 홍예 모양의 문 형태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 홍예 모양의 문으로 양쪽의 연못이 연결되었으리라 추측됩니다. 청운교와 백운교 옆에 있는 칠보교와 연화교 역시 규모만 작을 뿐 청운교 백운교와 비슷한 형태의 다리 겸 계단입니다.

불국사 대석단은 짜임새 있는 석축의 정교함과 청운교 백운교 그리고 칠보교 연화교의 우아함 그리고 대석단 위에 자리잡은 자하문과 안양문 그리고 범영루의 당당함이 어우러져 가히 최고의 조형미를 완성시켰다 할 수 있습니다. 불국사에 가면 이 대석단 앞에서 꼭 사진을 찍는데, 놓치지 말고 이 대석단의 아름다움도 꼼꼼하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이 청운교와 백운교는 불국사가 세워졌던 7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962년에 국보 제23호로 지정되었으며, 바로 옆에 있는 칠보교와 연화교는 국보 제2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울 창덕궁 금천교(錦川橋)

                                 

 

조선의 궁궐에는 중문의 앞 또는 뒤에 수로를 만들어 물을 흘려 보냈습니다. 이 물을 금천(禁川, 명당수라고도 한다)이라 합니다. 궁으로 들어가는 신하는 이 금천에서 마음을 깨끗이 하고 들어가라는 의미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만인지상인 임금의 공간과 백성의 공간을 구분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금천에는 다리를 놓아 물을 건너게 하는데, 이 다리를 보통 금천교(禁川橋)라 부릅니다. 경복궁의 영제교와 창경궁의 옥천교 그리고 창덕궁의 금천교가 모두 이 금천교에 해당됩니다. 금천교에는 상상 속의 동물을 돌로 만들어 놓고 귀면을 새겨 놓는데, 이는 사악한 기운이 궁궐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궁궐의 금천교(禁川橋)들 중 가장 유명한 다리가 창덕궁의 금천교(錦川橋)입니다. 창덕궁의 금천교(錦川橋)는 명당수(금천)의 물이 비단결 같이 맑다 하여 ‘비금 금()’ 자를 써서 금천교(錦川橋)라 이름 지었습니다. 원래 명당수를 건너는 다리라는 뜻의 보통명사인 금천교(禁川橋)와는 한자가 다릅니다.

창덕궁의 금천교는 태종 이방원이 창덕궁을 세울 당시인 1411(태종11)에 세워졌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다리가 현재까지 전해오고 있어, 창덕궁의 금천교는 서울에 있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다리라 합니다. 다리는 교각이 아치를 그리고 있는 홍예교로, 석수(石獸, 돌짐승)와 귀면(鬼面)을 조각해 사악한 기운을 막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리 크진 않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멋진 다리입니다.

 

                                   진천 농다리(籠橋

       

                             진천의 농다리는 무려 천 년이 된 오래된 다리로, 진천 농교(籠橋)라 부르기도 합니다. 천 년 전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쌓은 다리로 추정되는데,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튼튼하게 미호천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다리의 형태가 좀 특이한데 돌을 차곡차곡 쌓아 두툼한 교각을 여러 개 만들고, 교각 사이에 넓적한 돌을 하나씩 얹어 다리를 만들었습니다. 전혀 공학적이지도 않고 조형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듯싶습니다. 또 다리가 곧게 펴진 것도 아니어서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강을 건너는 꼴입니다. 이렇게 못생기고 투박한 다리이지만 정겹기로 치면 어느 보물이나 국보보다 훨씬 더 정겨운 다리가 이 농다리입니다.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가서 보는 것이 농다리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진천을 지날 때 시간이 나면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농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바로 초평저수지가 나와 시원한 호반 풍경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1976년에 충북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논산 미내다리

 

 

젓갈로 유명한 논산시의 강경에도 미내다리라는 아주 아름다운 다리가 있습니다. 조형적인 아름다움으로만 치면 우리나라의 옛 다리 중 으뜸이 바로 이 미내다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교각 부분에 세 개의 홍예를 만들고 상판 부분도 부드럽게 홍예를 이루고 있어, 매끄러운 느낌을 주는 다리입니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세련미도 느껴져 옛 홍예교를 현대화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미내다리는 역사가 깊은 다리입니다. 1731(영조 7)에 처음 만들어진 다리이니, 300년 가까이 된 다리입니다. 강경천 위에 놓여졌는데, 당시는 이 다리가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지금은 강경이 충청도에 속해 미내다리는 충청도의 다리가 되었습니다. 미내다리는 그후 심하게 훼손되어 방치된 것을 2003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했습니다. 원래 미내다리는 강경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였는데 복원을 하면서 강경천 옆으로 옮겨놓아 지금은 물길을 건너는 다리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전시용 다리로 남았습니다. 이 미내다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대변하는 설화가 있습니다. 저승의 염라대왕이 아름답다는 미내다리를 보고 싶어, 논산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면 너는 미내다리를 보았느냐?고 꼭 물어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다리가 미내다리이니 혹 강경에 가실 일이 있으면 이 미내다리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미내라는 다리 이름은 옛날 강경천의 옛 이름이 미내천이었기에 붙은 이름이라 합니다. 1973년 충남 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징검다리

                                  

 

문화재는 아니지만 우리 정서에 깊이 아로새겨진 다리가 바로 징검다리입니다. 얕은 개울에 큼지막한 돌 몇 개를 가져다 놓아 개울을 건너게 하는 다리입니다. 수레나 자전거 같은 간단한 이동수단조차 전혀 건널 수 없고 오직 자신의 발로만 건널 수 있는 다리입니다. 한 발짝 한 발짝 돌을 디디며 돌 사이를 빠져나가는 빠른 여울을 보노라면 절로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다리입니다. 요즘은 징검다리가 거의 없어져 공원에 설치된 조형적 징검다리가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가끔 시골길을 가다보면 진짜 징검다리를 만나기도 합니다

 

                                   섶다리 (봉평 섶다리)

      

섶다리는 주로 강원도 산간지방에 놓았던 임시 다리입니다. 나무를 베어다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솔가지와 흙을 덮어 만든 다리가 섶다리입니다. 강원도 산간지방은 고작 서너 가구가 마을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 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다리를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때 만들었던 다리가 섶다리로 가을에 다리를 만들어 놓으면 이듬해 여름 물이 불어나면 다리가 떠내려가고 또 가을이 되면 새로 만들곤 했던 다리입니다. 지금은 산골 구석 구석까지 다리가 다 놓여져 강원도의 산간지방에서도 섶다리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축제 때면 가끔 이 섶다리를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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