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잦아지면서
성가시던 가려움증이 사라졌다.
독한 놈을 더 독한 놈이 몰아낸 꼴이다.
쿨룩, 쿨룩
혹여 비뚜로 나간 말이나 행동이
이부자리까지 들썩하게 하는 게 아닐까.
짐짓 일상을 반성하는 시늉까지 하는데
아내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기운을 다 소모하면 편안해질 것을
처방 받고 기운을 차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그래도 아내 말에 토를 달지는 않는다.
아예 밥까지 먹지 말라고 하면 곤란하니까.
굶을 수만 있다면 그리해도 좋겠지만
가려움증이나 기침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한 끼를 굶는 일이다.
구걸도 마다않는 가난 앞에는
너무 부끄러운 고백이다.
배고픈 이웃은 가까이 있는데 무수한 말들만
분파를 나누어 배부르게 경계를 쌓고 있지 않은가.
기침은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아
저 홀로 밤새 터져 나오니
아내 입장에서는 께름한 것이 당연하다.
다 낫기 전에 병원에 가야겠다는 우스갯말을
느지막이 고민해 보는데
그래, 안 그래, 그래, 안 그래
연하여 묻듯이
쿨룩, 쿨룩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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