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 박남준 /Benito Lertxundi - Naizenez Gero

ivre 2024. 11. 6. 14:43

 

Benito Lertxundi - Naizenez Gero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 문이 내려 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은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린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살아 지고 \
막차는 오지 않을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밤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쪄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게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 발 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