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침울한 낙서를 하기 시작 했다. 한약같이 쓰고 검은 윤을 흘리는.
그건 건조한 열풍에 살결을 태우는 갈밭, 거기 마른 갈잎이 사운대는 바람을 알아도 이미 소리내지 못하듯 까맣게 화석이된
말로 가라 앉은, 그리고 부스러진 낙서를 쓰곤한다.
산다는건 어딘가를 가는 일, 느린 목선을 타고 시간의 물이랑을 시간 동안만 흐르는 일이다. 영원을 향해 가고 있듯이 더 멀리
더 오랫동안 흐르고 싶어한다.
영혼으로 산다는건 만남 그 겸허한 충족, 이슬에 씻기우는 아침의 과일처럼 신선한 축복에 있고 싶어하고, 온몸으로 울리는
현악기라서 한 존재의 고를 모두 합치어 은은한 기쁨을 소리내려 한다.
언제부턴가 포구 끝까지 떠밀려 나온 탄환을 닮아 이름도 못붙일 가파로움을 디디며 침울한 낙서, 여러날의 불면과 더욱 삶의
손시려움을.
겹겹으로 불러 드리는 회의, 일모의 되풀이, 갈수록 홀로인 자의식과 긴 밤 낙서를 언제나 쌓아 올리고 있으며, 이제 납루한 내 육신은 저 베개를 배고 정지된 시간 속으로 떠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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