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감정노동이다

못 하나를 나는 이 지점에 꽂아 두게 되었나 보다

ivre 2010. 9. 4. 02:25

 


 아주 오랜만이지 싶다 집옆 숲길을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내 그림자.

내 그림자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

 사람은 묵은 뜻과 빛 바랜 과거를 가졌으되 그 한 편 나날이 새로우며 시간마다 탄생할 수도 있는 그런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진 않을까 ....

처참히 상처 입었던 그가 불덤불에서 꺼낸 칼날 같은 외치게 해 주소서

불로 구워서 두드려서 날을 세운 청결 하고 강한 칼이 되게 해 주시옵고 그러나 그것을 쓸 적에 지극한 애련을 온 몸으로 깨닫게 해주소서

애련은 우리만큼의 나이에서 비로소 곱씹게 되는 참 뼈저린 삶의 미각이로구나. 따습고 성실한 애련에 눈을 떠서 삼라의 모든 것을 새로이 살펴내게 해 주소서

생명 있는 것이 다다르는 마지막 처소를 묵상하며 마지막 모습들을 낱낱이 공손하게 어루만지게 해주소서

울음일려면 울음이게 하시고 기도이게 하시려면 또 기도이게 해주소서

행여는 뿌듯한 응감에 속으로 죄어 드는 가슴, 무겁게 엎드린 침묵이게 해주소서

아무거나 먹는 이는 결코 이처럼 배고품을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의 손으로 주는 그 빛으로만 정복한 충만을 알고자 한다.

비싼 정신의 값진 사내만이 마시게할, 고귀한 잔이 가득히 눈부시게 채워 넘치게 되도록가진 이 사내 또한 비싼 고뇌와 한량없는 기다림을 쌓아 올릴 수 밖에 없다. 그 사람의 영혼 속 결코 갈라낼 수 없는 혈연의 자세로서 나를 받아주게 되도록까진 한 세월, 온갖 목마름과 헐벗음도 견디고 耐乏해야 한다.

큰 바다의 물빛보다 더 짙은 감청의 하늘을 우러르며 동녀처럼 막무가내의 통곡을 터뜨리던 그 때, 높고 높은 하늘의 그 멀고 아득하고 차가움에 소스라치며 홀연 소름끼 돋히듯 솟아나던 새 소망의 전류가 전신을 휩사던 일은 아무래도 범연치 않은 홍역의 징후이지 싶다.....

사람의 영지 누구도 파헤치지 않고 둔, 그중 깊은 곳의 광맥까지를 해집어 내는 일엔 먼저 그 사람 자신의 승인이 있어야 할것 같다. 실로 그 때문에 내 희구와 갈망의 역력한 못 하나를 나는 이 지점에 꽂아 두게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