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 정태춘 박은옥 사/곡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 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아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는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룹 끓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 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히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차를 기다라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이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를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
초록으 봄 날 언덕길로 가마
초록의 봄 날 언덕길로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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