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12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 Bob Seger -Turn The Page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 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 한 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는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 한 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 기형도 /Amancio Prada - Ay, Quien Podra Sanarme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어모으고 /고단한 달도/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  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보냈던 꿈의 짐들로 하여 모든 응시들을 힘겨워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삶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 단단한 확신의 즙액이여.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술과의 화해 - 강연호 /Sia - Rewrite

나는 요즘 고요하고 섬세하게 외롭다 나는 한때 어떤 적의가 나를 키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 크기 위해 부지런히 싸울 상대를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 그때는 애인조차 원수 삼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솔직히 말해서 먹고 살만해지니까 원수 삼던 세상의 졸렬한 인간들이 우스워지고 더러 측은해지기도 하면서 나는 화해했다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더 크고 싶었으므로 대신 술이라도 원수 삼기로 했었다 요컨대 애들은 싸워야 큰다니까 내가 이를 갈면서 원수의 술을 마시고 씹고 토해내는 동안 세상은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었고 책들은 늘어나거나 불태워졌으며 머리는 텅 비고 시는 시시해지고 어느 볼장 다 본, 고요하고 섬세한 새벽 나는 결국 술과도 화해해야 했다 이제는 더 크고 싶지 않은 나를 나..

홍광일 /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Cat power - Living Proof

별을 보았다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것은 별이었다 세상에는 없는 것이라고 떠나지 마라 더 이상 길은 없는 것이라고 돌아서지 마라 그대 가슴 무너질 때에도 저 별은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고 그대 마음 헤맬 때에도 저 별은 그대 가슴에서 빝나고 있었으니 그대가 보지 못했다 그대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 별이 빛을 발하는 것은 저 하늘 그대에게 보여 주는 아름다운 진실이니 그대 품으라 그대 가슴으로 저 별빛을 안으라 그대 그렇게 빛나게 될 것이니Cat power - Living Proof

쫄지 말고 과감하게 한번 표현해 봅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반영입니다.만일 이 장면을 적정노출로 촬영하였다면 그저 평범한 반영 사진에 불과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적정노출에서 노출을 더 주어 오버를 시켜 습니다. 정지된 파사체를 반사되는 빛을 이용하여 앙상한 나뭇가지가 나에게 속삭이는듯란 느낌을 표현해 보고 싶었고 그 방법은 한낯의 거친 직광을 이용하기 위하여 CPL 필터를 빼고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전체를 포기하고 부분만 표현함으로써 그 나머지 부분은 보는 이에게 맡겨 보고 싶었습니다.  이 사진 역시 노출오버를 시켜 내가 의도하던 몽환적은 한 척의 나룻배를 표현해 보았습니다.여러분들도 겁먹지 마시고 남들이 어둡게 찍을 때 노출 오버로도 찍어 보시기 바랍니다. 간혹은 적정 노출보다 오버가 된 한 장의 사진에 애정을 가질 ..

인공의 천국에서의 한 때 / 빗물

처참히 상처 입었던 그가 불덤불에서 꺼낸 칼날 같은 신생을 외치게 하면 좋겠다. 불로 구워서 두드려서 날을 세운 청결하고 강한 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을 쓸 적에 지극한 애련을 혼신으로 깨닫게 하면 더욱 좋겠다. 애련은 우리만큼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곱씹게 되는 참 뼈저린 삶의 미각 아니던가. 따습고 성실한 눈이 떠서 삼라의 모든 점을 새로이 살펴내게 하였으면 좋겠다. 집을 받들고 선 주춧돌이 그 파묻힌 밑뿌리까지도 떼놓지 않고 품어 냈으면 좋겠다. 생명 있는 것이 다다르는 마지막 처소를 묵상하고 마지막 모습들을 낱낱이 공손하게 어루만지게 하면 좋겠다. 울음이려면 울음이게 하고 소망이게 하려면 또 소망이게 하였으면 좋겠다. 행여는 뿌듯한 응감에 속으로 죄어드는 가슴, 무겁게 엎드린 침묵 ..

엘리제를 위하여 / 장수철 / Boubacar Traore - Mouso Teke Soma Ye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능수버들 낭창낭창 흩날리듯 못갖춘마디의 도입부가 길바닥에 뿌려지고 트럭이 신중하게 후진할 때에 맞춰 속 깊은 엘리제가 후사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비탈의 이면을 분산화음으로 쓸어내리면, 골목길 바닥에 앉아 있다가 주섬주섬 공깃돌을 들고 일어서는 아이들. 비탈을 오르다 힘을 잃거나 잘못 들어선 막다른 길에서 돌아 나올 때 홀린 듯 사는 내가 갑자기 낯설어 다시 나에게로 들어설 때 걸어온 길 위 올망졸망 피어난 이끼꽃 식구들까지 처연히 짓밟으며 나는 언제나 못갖춘마디로 되돌아와야만 했구나.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나의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

권경인 / 슬픈 힘 / Nick Drake - Pink Moon

슬픈 힘 - 권경인 남은 부분은 생략한다 저 물가, 상사화, 숨 막히게 져내려도 한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상처로 온통 제 몸 가리고 서 있어도 속이 아픈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 오래 그리웠다 산을 오르면서 누군 영원을 보고 누구는 순간을 보지만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사람이 평생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할 평화를 온몸으로 말하는 나무와 풀꽃같이 그리운 것이 많아도 병들지 않는 않는 무욕의 정신이여 그때 너는 말하리라 고통이라 이름 한 세상의 모든 일들은 해곡 속 먼지보다 가볍고 속세의 안식보다 더한 통속 없으니 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