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 박남준

ivre 2009. 1. 21. 01:23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 문이 내려 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은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린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살아 지고

막차는 오지 않을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밤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쪄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게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 발 실을 수 없었다.

 

얄팍하게 잔재주좀 부려 퍼오기를 하려 했는데 하하.. 네이버 이 넓은 정보 바다에 이런 시 하나 없었다니. 놀랠다름입니다 해서 헥헥 거리며 한자 한자 타자를 쳐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