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 곽재구

ivre 2009. 1. 21. 01:22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 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며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쟁이 목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 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