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따뜻한 것이 겨울 아니랴. 튀겨 오르는 화염은 느닷없는 겨울의 노래임을.
가랑잎을 지피던 땍도 이미 지나갔다. 투박스런 석탄덩이를 던져 검은 유지를 뿜으며 지글지글 타오르는 야성의 불더미를 애워싸고 돌아들 앉을 때다.
가슴속에 주홍의 꽃망을이 돋아나듯 한편 괴이하고 한편 격렬한 감동이 치민다. 흡사 표효하는 불바다를 머금은듯 하다. 도시, 용서없이 진실한 것에 불을 따를 만한 것이 다시 있을까.참을 수 없는 동경이 마침내 더 참지 못하는 한 뜨거운 묵언의 고발을 제시하며 나서듯, 그것은 부드러운 담대와 현요한 몽환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무슨 짓궂은 모순이랴 불을 바라보고 있는 때일수록 더 한결 마음이 추워 오는 것임을. 불을 보고 있을 때면 오히려 낙엽에 뒤덥힌 광야의, 그나마 일몰의 시간을 혼자서 헤매는 경우 못지않게 외로음이 젖어든다.
불은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고, 지낙치게 진실한 까닭으러 해서 사람이 그 앞에서 욕되어 보이나 보다.
백설이 펑펑 쏟아 지는 밤이라고 하자.
길가를 오가는 인기척이 끊긴 지도 오래인 시간이라고 하자.
요람속에 아기는 잠들고 불은 세차게 타고 있다고 하자.
그 불덤불 속으로부터 여러 가지의 음향은 들려오는 것이다. 불이 타는 음향, 불이 타는 냄새, 불이 타는 노래ㅡ 그리고 불이 타는 울므소리, 어뗘면 웃음 소리이기도 한.
어디선가 마차가 오는 차량의 소리가 들르듯, 누가 오는 듯, 영 가버린듯, 영 가버리면서 있는 그 조마로운 시각의 지금이 기막힌 한 고비인 듯.......
무섭지 않을 것인가.
이럴때 몸서리처지지 않는가.
더우기 불은 처연할 만큼 아름답다.
그 불이 손짓처럼 흔들 거리며 기어와서 피부를 적시고 얼굴에까지 진홍의 빛갈과 열을 당겨 준다. 그것도 피로해 미칠것 같은 흥염, 그 시뻘건 마성의 빛갈과 열도인 것이다. 불이 혈관 속에도 기어들고 핏줄 속을 샅샅이 돌아 다닌다.
마치 세번째 줄에서 춤을 추는 광대와도 같이 사람은 블그레 익고 적장으로 술처럼 발효 한다. 이러한 때 과연 무섬증 없이 배겨낼 수 있다는 걸까.
옛날 신라에 어쪌 수 없는 한 사내가 있었다.
지존한 여왕을 사모 하여 마침내 온 몸을 불사른 그 이름은 지귀 라고 했다.
가슴속에 불길이 치솟아 몸을 태우고,탑을 태우고, 무섭게 사나운 화재가 되어 불탄 그 놀라운 인간 연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통쾌하고도 처절한 연소.
지금 나도 그것을 꿈꾸고 있는가?
불을 지피는 절기가 겨울이다.
바깥은 펄펄 냐려싸이는 백설의 밤이라고 하자.
낡은 시절의 책갈피 속에 잊혀지지 않는 슬픈 연가이 귀절은 아직도 손끝이 저려 오도록 애톳은 마음 그대로이라고 하자.
불, 불을 지펴야 할게 아닌가.
불붙은 석탄덩이를 바라보며 앉았어야 할게 아닌가.
지글지글 검은 기름이 바다의 포말처럼 순시에 불을 뿜으며 소멸해 버리는 횡포한 야성의 불더미를 애워싸고 두세 사람쯤 마음 춥지 않게 마주 바라보며 앉았어야 할게 아닌가.
튀겨 오르는 화염은 느닷없는 겨울의 노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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