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사람의 추위를 느낀다.

ivre 2011. 11. 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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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구토라던가 현기증을 느낀다면 앞으로 음악 들으며 시시하단 말은 삼가 하십시요.



 


만남을 위해 준비 하듯이 이별을 위해서도 오랜 동안 담념히 이 뜻을 쌓아 올릴 수 있다. 그야말로 이별의 도를 닦으며 긴 시간을 이별의 준비로 해 보내는 것이다.
옛날 여인들이 얼굴을 비춰 보던 구리 거울은 몇천만 번이나 갔길래 마침내 사람의 모습이 선현히, 마치도 구름을 가르며 떠밀려 나오는 달덩어리 같이 그 안에 담겨 올랐는진 모르지만 그처럼도 공드려 수고하며 아주 조심스럽게 하나의 이별을 마련하는 일이
있음을 지금 나는 얘기 하고 싶다.

방안에 앉아 있는데 손이 시렵다.
내 겨드랑이에 양손을 품어 본다.
손이 따뜻해 지는 만큼 대신 겨드랑이가 시렵다.
담배에 불을 키스 시킨다.

죽음은 매번 철학의 명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별은 향용 돌보는 이 없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 있는 저 기왓장 처럼 마냥 이별에 서둘려 이별애의 무지를 쉽사리 저지른다.
뿐만 아니라 때로 지나치게 이별을 망설인 탓으로 도리어 이별을 뺏겨 버리는 일도 생겨나곤 한다.
다시 말해서 무작정 이를 깊히 하고만 있는 그 사이에 이별의 풋말을 넘어버리고 사람은 가버려서 막상 아무것도 수숩 되지 못한채로 어수선한 삶의 초라한 조각만을 드려다 보기에 이른다.
차라리 한개피 성량으로 불살라서 정결한 모닥불로라도 지필 것을 한번 결단을 그르친 탓으로 사방 나부끼는 가랑잎을 흩어 모은 사태에도 빠져버리게도 된다.
무의미한 소산으로 점점히 흩어버릴 양이면 오히려 돌아 오지 않는 물이랑에 얹어 먼 바다께로 보내고 싶지 않으랴.

우리의 삶이 다 그렇지만 이별도 때마춰 한 번 쓰지 않으면 녹쓸어 다신 못 쓰고 마는 벗은 칼날과 같다. 허나 이 칼날을 가장 알맞는 시기에 마음껏 휘둘러 쓴다고 한들 이건 지극히 무참하며 못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별을 닦으며 고요하게 있자
높은 가지에서 떨어 지려는 잎이 잠시 최후의 기도를 올리듯이.
이와 같이 말해 본다 한들 역시 이별은 참을 수가 없어 왔다. 그렇다고 이별을 아껴 이별을 숫제 시들리고 마는 건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을.........

첫 봄의 한나절.
추녀 끝의 낙수소리 듣는 듯한 심정으로 나는 이별을 궁리 한다.
사실은 방울 방울의 물인데 기다라니 푸른 실오리마냥 쏟아 붓는 이치 그것처럼 한 시각 한 시각, 이별을 준비 하는 나의 이 감정이 이윽고는 주룩주룩 끊이지 않고 내리는 빗물같이 어김도 없는 이별의 심히 질탕한 현실을 불러 올 것이다.
아니 사실은 어느날의 만남, 그 사람과의 사이, 줄곧 이별의 위협을 받으며 가련린 한 인연을 지속시켜 온 것이다. 하지만 끝내는 이렇게 불가피한 이별의 상황에서 내가 옮겨 왔거나, 연실을 끊어 무변의 시공으로  한 장의 힌 종이를 날려 보내듯이 내게서 그 사람을 끊어 버릴  빈 하늘로 떠나 보내리라고, 정녕 맹세 하듯 내가 이별을 작성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차가운 단안은 매가 먼저, 내 정신 속에서 벗어 내었으며 지금은 마지막으로 검은 지문을 내 자신이 누루고 있는것이다.
그러면서 비정을 씹어볼 염도 나는 아니한다.
왜냐 하면 내가 하지 않으면 바로 그 사람이 나 대신 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시로 이 끔찍한 일의 당사자는 그 사람과 나의 단둘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그의 앞을 막아 서고 두 몫의 쓴 잔을 혼자서 다 마셔버라고 싶다고 한다면 이건 터무니 없는 독선일 것인가.
잘 가거라.
가장 먼 곳으로 가거라.
이렇게 말한다면 한갓 감상일지, 자의식의 사치일지, 냉혹하고 인색하며 혹시는 전혀 무의미한 판단에 내가 떨어지고나 만것인지
모든 과정에 의문이 따라 오고 모든 결론에 더 부푼 의혹의 먹구름이 덮쳐든다.
하기야 그 때문에 나는 사는게 참 무섭다.

나는 이별을 준비한다
한 오라기의 빛도 없는 땅에서 내가 찾았다고 믿는 꼭 한 오리의 구원, 그것이 지금으로선 이별뿐인 탓으로 해서 어째도 나는 이 일을 그만 두지 못한다.

나는 이별을 서두르게 된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아픔을 다해 내 평생의 인고와 기원을 모두 합친 것만큼의 뜨거움을 모아 이 싸늘한 이별의 옷자락을 덮어주려 한다. 이 씁씁한 눈시울을 축혀 주려고도 한다.
첫 봄의 향기로운 나날.
남들은 만남을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헤어짐을 위해 지금 은성한 제사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엔 배를 타려고 애쓰고 나중엔 배에서 내려야만 더욱 목적지에 가깝게 가깝게 갈 수 있는 그 일처럼, 그런 공리적인 논법에서 이별을 꾸미지는 아니했다  여기엔 일체의 공리가 배제되어 있고 오직 오성이 천천히 그러면서 과감하게 이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별들은 대낯에도 솟아 있다고 한다.
다만 햇빛으로 인해 그 빛이 덮혀진 탓으로 사람이 이 광채를 붙잡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하면 대낯의 별들과 같이 있긴 있으되 붙잡을 수 없게 서로 나뉘어 먼 하늘에 우리는 살게 될 것이다.
그건 매우 허전하게 끝나는 끝나는 옛 이야기와도 비슷할 것이다. 

                                                                        (오래전의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