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 보면, 지상은 온통 놀라움으로 이루어진 화면이다. 신비로움,
신비로운 고통들, 지독한 경험과 뒤통수를 노리는 공포들, 나는 그것들과
마주칠때마다 늘 경이로운 탄성을 지른다.
길들과 문들은 모두 죽음이나 파멸 따위를 향해 열려 있으며, 생존하는 것들은
그 통로에서 한 발짝도 벗어 날 수 없다. 다만 삶이라는 거추장스럽고
버거운 짐짝을 메고 그곳을 한 세월의 구멍을 팔 뿐이다.
지루하고 평이로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길
자유란 소멸이나 파멸의 세계에 있다고 깨달은 무의식의 이정표를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이후에도 내게 시라는 투명한 렌즈가 들려 있는 한, 나는 무수히 많은 경이로움들을
발견할 것이다. 핏발이 곤두선 눈으로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연거푸 탄성
을 지를 것이다. 고통과 지독한 경험과 공포에 대해. 그것이 바로 존재의 본질이고
그것들을 껴안는 행위가 사랑이라고.
1997년 12월 배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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