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내 영혼을 살찌워준 詩

조영래 - 인간선언 / 노래-일어나라 열사여

ivre 2025. 3. 4. 13:45

 

정태춘 - 일어나라 열사여

사랑하는 친구여, 받아 읽어주게.
친구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 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 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했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태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 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더욱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러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쪄면 반지의 무게와 총칼의 질차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에 못 다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데, 굴리는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