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써 보자고 자리에 앉아 본다.
저 셔츠는 여름이면 어김 없어 나의 추하고 더러운 몸뚱아리를 가려 주는 가리개다.
옷걸이에 걸려 한줄기 빛을 받고 있는 셔츠에 내 눈길이 머문다. 무엇때문일까.
무엇이건 쉽사리 얻는 듯이 보이던 사람도 어느 땐 냉엄한 거부 앞에 춥게 세워진 나 자신을 본 걸까?
처음엔 이럴 수거 없다고 여기며 주먹으로 문을 두드린다.
가슴으로 떠밀어 보고 다시 머리를 부딪는다. 실오라기 보다도 가늘고 긴 유혈.
이건 열리지 않는 문이다.
비로소 그 실감이 전신에 퍼져돈다.
불시에 입은 총상처럼 어이 없다.
날이 저문다 빌어먹을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부터는 연지빛 놀이, 분결 같은 하늘에 선훙을 함빡 물들인 하늘은 볼 길이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하늘 이라곤
희쁘연 먼지와 매연으로 모든 사물이 뿌였게 보이는게 전부이다. 적응 하기 힘들다.
보고싶다. 낙조 머리의 그 연연한 하늘, 서서히 밤이 오고 천지간에 밤이 그득 해 지며 늠실 거리는 어둠을. 온 몸에 검정이 베어들고 싶다.
눈을 감아도 떠도 한갓 검정뿐인 그럼 어둠을.
밤은 길고 지리한 회랑, 그러나 이윽고 아침이 온다. 나날이 되풀이 되는 희구와 좌절.
숯불을 헤집듯이 열망을 헤집는다. 불은 분방한 야성이 더미, 별의 광망에서 치면 터무니도 없는 조야한 식욕이다. 스스로의 조갈에 타 버리고 한 줌 잿가루만을 남긴다. 물거품처럼, 불에도 허무한 포말이 있다. 그걸 알아 버리면 불 앞에서도 오히려 춥다.
불의 포말이 사방으로 튀긴다.포말은 불의 소모에 가속을 보텐다. 불의 추위에 떨며 사람의 벌을 빌자.
사람에게 내릴, 사람의 몫으로 만들어진 벌이여. 갓 만들어져서 너무나 그 효험이 살아 있는 벌이여. 지금 이 천지간에 줄기찬 소라기로 내려 쏟거라. 그 안에
무스희 천뢰도 울리어 다오. 그러나 열망의 의지는 그 이상의 필연이다.
형벌이 지지고 간 그 상처에 열망은 지체없이 또 새 살을 더밀어 올린다. 질겨서 씹히지 않고, 태워도 불타지 않고, 땅 속에 파묻히면 몇갑절로 번식하는 열망의
불요 불굴, 그 집착이 이미 간망의 형벌임을 어찌 부인하리.
열망의 곤욕.
열망속의 무참한 침물.
맨발로 달리는 가시밭길의, 다시금의 분발
한도 없는, 목마른 질주.
열망의 최면술. 그래, 그건 바로 최면에 걸리는 일이니라.
그 잠은 무류의 명령으로 오고, 오직 하나만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의 전부, 이 밖엔 삶이 없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가거라. 가거라. 가거라. 가거라.
아아 잠의 꼬심은 너무나 자극적이여서 내 정신을 애무 한다. 그래서 난 이겨낼 도리가 없다.
그래서 잔다.
자면서 원하던 것이 된다.
편안히 미소마저 띠고 긴 잠에 안긴다. 마치 여인의 속 살갗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신이 보기에도 이 놀음은 진실로 엄숙하겠지? 그래서 일까, 손대지 않고 도리어 그 시간을 보장해 준다.
그래서 더욱 잔다.
줄창 피위 대는 담배 벌써 몇개피 인지도 모르겠다. 커피는 또 몇잔째 인가. 다행이다 술 이라도 먹지 않아서 그러나 그것 역시도 장담 할 수 없다.
술이란 놈이 나를 꼬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발가벗고 자기를 먹어 달라는듯이.
나를 째려 본다.
고작 6시도 안됐는데. 휴,
그러고 보니 소주 한 박스를 보내주기로 한 놈이 시침이를 떼고 모르는척 하고 있다. 기필코 받아 내리라. 소주 한 박스
모든 빛에 따르는 필연의 그림자와도 같다. 사람의 열망엔 정작으로 응분의 형벌이 따라 온다. 유달리 엄마를 그리워 하는 어린 아이는 벌써 엄마를 통해 오는
갈망의 가시를 안다. 파란 혈맥으로 입혀 있으면서 진홍의 피로 채워져 있는 기 이율의 모순을 낯설어하며 두 눈에 처음으로 사람의 설움을 담는다.
소망을 쌓는이의 불안.
기다리는 이의 그 손 시린 벽돌.
기도로 지새는 밤의, 신의 먼 나들이.
침묵속의 무량한 밀어.
사람의 심연은 깊다. 이 불가사의의 깊히는, 그 안에 사람의 믿음을 무한정 용납한다고 나는 말하겠다.
이 깊히의 밑바닥에서 다둠어 올린 열망은, 이미 그 무엇도 깨뜨리지 못할 한 낱의 불멸이다. 시린 맨손으로 쪼아 내고 겁도 없이 하늘까지 떠밀어 올린 열망의 돌 기둥이여. 하득히 하늘 꼭두까지 솟아 닿거라.
하늘을 찢어 내고 더 높히 솟거라.
하지만 이 마음의 이름을 말할 순 없다.
아니지.
이름이 따로 없는 그저 창창하고 짙푸른 보람이라고나 해 두련다.
하고한 날, 내 창변의 주마등처럼 바람에 맴을 도는 회오의 여러 얼굴. 그러나 그 흔한 회호의 한 커트도 여기에 만은 끼어 들지 못하리라.
내겐 정녕 믿음이 있다. 이 믿음에 손잡혀서 적적한 길을 나는 기쁘게 간다. 훗세상에서도 이 간망을 품고 이 길을 가련다. 겹을 쪼개고 겁을 다하여 정녕 영겁 동안을 나는 이 열망에 비치며 하루같이 살겠다.
사람은 본시 닫혀 있는 생명이며 이걸 여는 건 필경 또 하나의 사람이다.
그가 홀연히 이름을 부른다. 처음으로 아게 되는 자신의 이름, 그 경악이 가슴을 뜷고 터져 나온다. 모든 울혈이 바람에 비누처럼 풀리고, 그제야 비로서 순하고 편안한 핏빛이 된다.
사람이 사람에게 또 하나의 조물주가 되고, 사람이 사람의 손에서 경건히 새 생명을 얻어 낸다. 이로부처 연분의 샘물이, 거침없이 뿜어 나는 것임을.
그 사람의 손에서 얻지 않으면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으며, 그가 지켜 보지 않으면 또다시 스스로를 놓쳐 자기가 없는 깊은 동굴에 갇혀야 한다.
그가 있는 곳에만 자기가 있고, 그가 키워 주어야만이 자기가 자란다고 믿는 그 마음을 아득히 거쳐 가면 종내 다다를 곳은 비길 바 없는 연분에의 긍정이요,
이승과 저승에서 갈라 놓지 못할 긍극의 맹약이다.
진정히 자아를 찾는 일이란 다름 아닌, 별외의 한 만남에서 비롯함이라고 이렇게 믿으면서 사는 이들은, 결코 자기만의 양분을 탐하지 않으리라.
그것이 고귀하고 유익한 것일수록 속속들이 쪼개어 나누며 충실과 소망도 이를 반분하되, 달가운 건 더 많이 저 편 이에게 주고, 쓴건 스스로가 삼키고자 한다.
과장이 아니고, 실재로 이만 정도의 인간적인 부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날이 날마다 이를 늘이고자 하면 더욱 후하게 서로에게 최선의 것을 나누어 먹이려고 더욱 더 열망 하는 것임을.
인간의 관계란 무한히 오묘한 바 있다. 적마다 혼자라고 여기길 잘하건만 기실 혼자의 역건으로 독립된 이는 하나도 없다.
사실로 말해, 사람이 좋아서 참을 수 없다. 예쁘고, 측은하고, 한없이도 사람이 소중해서, 번번히 눈시울만 적신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천국인들 오죽이나 무의미하리. 내가 아끼고 사랑 하는 이들과 더불어 다 함께 오라고 유혹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종교가 우호죽순처럼, 쭈꾸미 발 처럼 뻗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주저를 누르고 치닫는 필연이 있다.
이 필연이 만나게 해 준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다. 이 사람을 처름으로 만났을 때 자기 역시도 얼마나 가진게 없는가를 비로서 알 수 가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 후로 줄곧 버려져 있던 사람이라고 잘 알게 된다.
둘은 불쌍 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벌써 그 사람이 와 있다. 그의 가난이 가슴을 두드린다. 열어 준다. 진종일 그 사람을 담아 넣고 둘의 가난을 남 몰래 어루만진다. 비록 그가
온 천하의 황제이더라도 사랑 하는 사람의 눈엔 그의 헐벗음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를 위해 황무지 돌밭을 갈아 일군다. 금모래 같은 밀씨를 심는다. 우물을 파고 우물가를 꽃으로 꾸민다. 그를 먹이고, 그를 배부르게 하고 싶다. 그가 원하는건 무엇이나 분만할 수 있어야 하겠다. 사상을 원하면 사상을, 이웃을 원하면 이웃을 낳아 주리라 모든 것이 그의 필요에 따라 불려 나오고 그의 재량에서 그 분령이 한정 된다.
허나, 소유의 꿈은 간결 한다. 그의 일체의 욕망중에 탐욕은 하나도 섞여 있지 않다. 모든 걸 제 자리에 돌려 주고도 큰 윤곽의 관조, 그 안에서 둘은 편안히 넘처 날 수 있을것 같다. 단지 하나 뿐인 새라고 하더라도 그 새를 공중에 날려 보내주고, 망망한 시공을 순박한 만족으로 간결히 보듬는, 그 새의 조롱으로 여길 수 있다. 무욕하고 시종 가난하면서 하고 한 가난 속에 품어 가는 유일과 최상의 부는 오직 저 편이의 생명에 거는 다시 없는 신망이다. 그 요원한 열정인것을.
전체의 풍경에서 모든건 월등히 작고, 단지 한 사람의 생명만이 태산처럼 솟아 있다. 이 생명은 곧 우주의 전부이다. 과장 없이 한 덩이의 막중한 천체, 성수라 말 하는 그 별이다. 그건 운명의 또다른 이름이다. 제일로 눈물겨운 현실이다. 피 묻은 현실이며 분명하고 신성한 절대이다 그 별을 우러르며 하고 많은 밤을, 비단 실오라기 보다도 더 긴긴 밤 길을 간다.
둘의 외로움이 만나 한 연분의 근원을 이루었다 이건 연분의 완성이다. 생명은 외로우나 절망이 없는 과목, 그가 살아 있는 한엔 결코 절망이 있을 수 없다.
한 그루 이 나무에 신망의 전량을 공손히 드러붓고 아아, 그제야 자신도 하나의 생명임을 비로소 높히 외처보게 되는 것을.
이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한다.
당신은 이런 인연을 만나거나, 꿈을 꾸거나, 가다리거나, 간절히 소망 하며 사는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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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편쯤에 앉아 당신들의 인연 혹은 필연을 드려다 볼란다.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시며, 소주를 마시며, 엥글 속으로 드려다 볼란다. 흐린 글 걸음마로 이 동굴 속에서 드려다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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