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히 상처 입었던 그가 불덤불에서 꺼낸 칼날 같은 신생을 외치게 하면 좋겠다. 불로 구워서 두드려서 날을 세운 청결하고 강한 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을 쓸 적에 지극한 애련을 혼신으로 깨닫게 하면 더욱 좋겠다. 애련은 우리만큼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곱씹게 되는 참 뼈저린 삶의 미각 아니던가. 따습고 성실한 눈이 떠서 삼라의 모든 점을 새로이 살펴내게 하였으면 좋겠다. 집을 받들고 선 주춧돌이 그 파묻힌 밑뿌리까지도 떼놓지 않고 품어 냈으면 좋겠다. 생명 있는 것이 다다르는 마지막 처소를 묵상하고 마지막 모습들을 낱낱이 공손하게 어루만지게 하면 좋겠다. 울음이려면 울음이게 하고 소망이게 하려면 또 소망이게 하였으면 좋겠다. 행여는 뿌듯한 응감에 속으로 죄어드는 가슴, 무겁게 엎드린 침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