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능수버들 낭창낭창 흩날리듯 못갖춘마디의 도입부가 길바닥에 뿌려지고 트럭이 신중하게 후진할 때에 맞춰 속 깊은 엘리제가 후사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비탈의 이면을 분산화음으로 쓸어내리면, 골목길 바닥에 앉아 있다가 주섬주섬 공깃돌을 들고 일어서는 아이들. 비탈을 오르다 힘을 잃거나 잘못 들어선 막다른 길에서 돌아 나올 때 홀린 듯 사는 내가 갑자기 낯설어 다시 나에게로 들어설 때 걸어온 길 위 올망졸망 피어난 이끼꽃 식구들까지 처연히 짓밟으며 나는 언제나 못갖춘마디로 되돌아와야만 했구나. 트럭이 후진하며 들려주는 엘리제를 위하여. 나의 엘리제는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