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글 86

노선 - 천양희 / Djivan Gasparyan - Djangyuloum

노선 / 천양희   형님은 자기 노선이 잇소? 독립문 지나다 아우가 물었다 그는 대답 대신 자신에게 반문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 아직 그런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나의 노선이 될 텐데   아우는 자기 노선이 있나? 광하문 지나다 형이 묻는다 그는 대답 대신 형에게 반문 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요 아직 그런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너의 노선이 될텐데   가다 보면 길이 되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면 그 희망이 우리의 노선이리

노래 - 강정 /Lama Gyurme- Offering Chant (Unplugged Version)

Lama Gyurme- Offering Chant (Unplugged Version)   노래-강정   숨을 뱉다 말고 오래 쉬다보면 몸 안의 푸른 공기가 보여요   가끔씩 죽음이 물컹하게 씹힐 때도 있어요   술 담배를 끊으려고 마세요   오염투성이 삶을 그대로 뱉으면 전깃줄과 대화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뜯어먹은 책들이 통째로 나무로 변해   한 호흡에 하늘까지 뻗어갈지도 몰라요   아, 사랑에 빠지셨다구요?   그렇다면 더더욱 살려고 하지 마세요   숨이 턱턱 막히고 괄약근이 딴딴해지는 건   당신의 사랑이 몸 안에서 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    이에요  그저 깃발처럼   바람 없이도 저 혼자 춤추는 무국적의 백기처럼, 그럼요 그저   쉬세요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 박라연 /Folque - No Har Jonsiknatta Kome

Folque - No Har Jonsiknatta Kome너에게 세들어 사는동안 - 박라연 나. 이런 길을 만날 수 있다면 이 길을 손 잡고 가고 싶은 사람이 있네 먼지 한 톨 소음 한 점 없어 보이는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도 그도 정갈한 영혼을 지닐 것 같아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들처럼 이 길을 오고 가는 자동차의 탄력처럼 나 아직도 갈 곳이 있고 가서 씨뿌릴 여유가 있어 튀어오르거나 스며들 힘과 여운이 있어 나 이 길을 따라 쭈욱 가서  이 길의 첫무늬가 보일락말락한 그렇게 아득한 끄트머리쯤의 집을 세내어 살고 싶네 아직은 낯이 설어 수십 번 손바닥을 오므리고 펴는 사이 수십 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사이 그 집의 뒤켠엔 나무가 있고 새가 있고 꽃이 있네 절망이 사철 내내 내 몸을 적셔도 햇살을 ..

길/김준태 Joanie Madden - Mna Na H'eireann (Song of the Irish Whistle..중에서)

어디로  가야 길이 보일까  우리가 가야하는  길이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  더러는 사람속에서 길을 잃고  더러는 사람속에서 길을 찾다가  사람들이 저마다 달고 다니는 몸이  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  오 그렇구나 그렇구나  도시 변두리 밭고랑 그 끝에서  눈물 맺혀 반짝이는 눈동자여  흙과 서로의 몸속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바로 길이었다

기침 / 이동훈 -Bliss-Remember_My_Name

Bliss_-_Remember_My_Name  기침이 잦아지면서 성가시던 가려움증이 사라졌다. 독한 놈을 더 독한 놈이 몰아낸 꼴이다. 쿨룩, 쿨룩 혹여 비뚜로 나간 말이나 행동이 이부자리까지 들썩하게 하는 게 아닐까. 짐짓 일상을 반성하는 시늉까지 하는데 아내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기운을 다 소모하면 편안해질 것을 처방 받고 기운을 차리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그래도 아내 말에 토를 달지는 않는다. 아예 밥까지 먹지 말라고 하면 곤란하니까. 굶을 수만 있다면 그리해도 좋겠지만 가려움증이나 기침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게 한 끼를 굶는 일이다. 구걸도 마다않는 가난 앞에는 너무 부끄러운 고백이다. 배고픈 이웃은 가까이 있는데 무수한 말들만 분파를 나누어 배부르게 경계를 쌓고 있지 않은가. 기..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 박남준 /Benito Lertxundi - Naizenez Gero

Benito Lertxundi - Naizenez Gero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 문이 내려 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은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린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살아 지고 \ 막차는 오지 않을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밤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쪄면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게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 발 실을 수 없었다.

그대의 발명/ 박정대 - 제 19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Stars - Your Ex-Lover Is Dead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벽찬 한 장의 음악 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 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이 다 음악 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 합니다녁을 누가 저녁을 발명 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 소리를 사다리 삼아서저 밤 하늘에 있는 초조녁 별들을 발명 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울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저녁 입니다 음악이 있어 당신은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 합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Eleni Vitali -Pyrosvesi우리 살아 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낯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 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밑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밭 차럐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 홍광일 (Haris Aexion-ta karelia)

Haris Aexion-ta karelia별을 보았다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것은별이였다세상에는 없는 것이라고 떠나지마라더이상 길은 없는 것이라고 돌아서지마라그대 가슴 무너질 때에도저 별은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고그대 마음 헤매일 때에도저 별은 그대 가슴에서 빝나고 있었으니그대가 보지 못했다그대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별이 빛을 발하는 것은저 하늘 그대에게 보여 주는 아름다운 진실이니 그대 품으라그대 가슴으로 저 별빛을 안으라그대 그렇게 빛나게 될 것이니

그대 가슴에서 빛나는 별 / 홍광일

Yosefa [The Desert Speaks] - A Postcard from Morocco별을 보았다그대 가숨에서 빛나는 것은별이였다세상에는 없는 것이라고 떠나지마라더이상 길은 없는 것이라고 돌아서지마라그대 가슴 무너질 때에도 저 별은 저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고그대 마음 헤매일 때에도저 별은 그대 가슴에서 빝나고 있었으니그대가 보지 못했다그대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별이 빛을 발하는 것은저 하늘 그대에게 보여 주는 아름다운 진실이니그대 품으라그대 가슴으로 저 별빛을 안으라그대 그렇게 빛나게 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