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잠꼬대 1002

흰눈이 하얗게- 고독한낙서

누구인가 귀익은 발자욱 소리에 가만히 일어나 창문을 열면 저만치 가버린 낯설은 사람 무거운 듯 걸쳐 입은 검은 외투 위에 흰눈이 하얗게 흰눈이 하얗게 흰눈이 하얗게 검은 나무 가지 끝에 찬바람 걸려 담 밑에 고양이 밤새워 울고 조그만 난로가 물 끓는 소리에 꿈 많은 아이들 애써 잠들면 흰눈이 하얗게 흰눈이 하얗게 흰눈이 하얗게 한겨울 바닷가 거친 물결 속에 잊혀진 뱃노래 외쳐서 부르다 얼어붙은 강물 위로 걸어서 오는 당신의 빈손을 가득 채워 줄 흰눈이 하얗게 흰눈이 하얗게 흰눈이 하얗게

이곳을 찾아 주신 분들에게

하루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長(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후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時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時間勝負(시간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象徵을 몰아내고 있다. 都市는 곧 活字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速度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冊이 되리라. 勝負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어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午後 6時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