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침울한 시를 쓰기 시작 했고 침울한 피사체에 셔터를 누르기 시작 했다.
한약같이 쓰고 겸은 윤을 흘리는. 그건 건조한 열풍에 살결을 태우는 갈망, 거기 마른 갈잎이 사운대는 바람을 안아도 이미 소리내지 못하듯 까맣게 일체의 수분을 빼앗긴채 손만 닿아도 부스러지고. 마지막 줄에 자신의 삶을 몽땅 내마낀 저 죽은 거미 처럼.
산다는건 어딘가를 가는 일, 느린 목선을 타고 신간의 물이랑을 시간 동안만 흐르는 일이다. 영원을 향해 가고 있듯이 더 멀리 더 오랫동안 흐르고 싶어 했을 것이고 저 거미 역시도 생존을 위하여 사력을 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영혼으로 다가서는 만남 그 겸허한 충족, 이슬에 씻기우는 아침의 과일처럼 신선한 축복에 있고 싶어 하고, 온 몸으로 울리는 현악기라서 한 존재의 고독을 모두 합치어 은은한 기쁨을 소리내게 한다.
언제부턴가 포구끝까지 떠밀려 나온 탄환을 닮아 이름도 못붙일 가파로움의 저 마지막 줄에 걸린 저거미처럼 침울한 시를 쓴다. 여러날의 불면과 더욱 삶의 손시려움을 나는 느끼고 있다.
겹겹으로 불러 들러들이는 회의, 일모의 되풀이, 갈수록 홀로인 자의식과 긴 밤기도를 언제나 쌓아 올리고 있다.
'사진도 감정노동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디로 가라는 것일까. (삽입음악 : Terry Oldfield - The Africans) (0) | 2011.04.19 |
---|---|
통영 달아 공원 일물 구경온 사람들 입니다. (0) | 2011.04.17 |
사실은 이렇다. (배경음악 Mauro Pelosi - Paura) (0) | 2010.12.05 |
박경리 묘소 가는 길에 (0) | 2010.11.11 |
박경리 묘소 가는 길에 (0) | 2010.1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