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감정노동이다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할까.

ivre 2011. 10. 3. 13:26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막 들어 오는데
시간은 12시가 넘었죠
바깥에는 엎어놓은 양재기
어머이가 배추 담는 큰 양은 그릇에
추녀끝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 떨어지는 소리가
통통치는 소리가 어찌나 좋던지
밤이 가는지 세월이 있는지 모르고
자다 일어나서 한밤에 불렀죠.

 


이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생각나는 님 있으니 시나 쓸까
창문에 스미는 달빛 저 홀로 꿈꾸는 시간

대지는 잠이 들고 뒤척이는 담배연기를 마시며
이대로 밤이 지나가는 소리 귀기울여 들을테요

지나는 소리 흐르는 달빛 잠든 세상 은은해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대체 어드메냐

여봐라 나무야 거기 왜 있느냐 이리 가까이 오려므나
아무도 없는 이 깊은 밤에 한마디쯤 하자꾸나

저기 저 바람은 새로 온 바람이구나
여기 이 사람도 방금 전 그 모습이 아니구나

주위에 그 누구 아는 이 없소 혹시 이 속에 저기쯤 없소
이 밤에 잠은 오지 않고 생각나는 님 그 님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