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스레트 지붕 위론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다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젊은 날 한때 머물렀던 묵호가 갑지가 떠오른다.
그곳의 하늘은 파랬다.
기억나는 모든 것은 다 파란색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마저....
살아계실 때의 어머니의 가식 없는 웃음처럼.
내가 잠시 머물렀던 그곳은 그랬다.
한 여름 동네는 언제나 조용했고, 사건 그리고 사고.. 뭐 이런 것들이 낯설었을 정도로 마을은 조용했다. 여름은 그래서 난 다 그렇게 조용한줄 알았다. 꼭 그 계절이 오면 귀머거리가 되는 냥 사람들은 너무나 편안하게 늘어져 버렸다.
그런 늘어진 정말 지루했던 젊은날 여름이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나는걸까?
요즘 나이가 들면서 정말 세상이 썩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재산분배와 신분상승을 위한 역겨운 지랄들.. 없는 자들에 대한 한없는 천시. 그것도 모자라 끼리끼리 모여 살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졸부들의 세상 속에서..
열심히 산다는 것에 대한 경외감은 TV속 인간극장에서나 만들어지는 퍽퍽한 감동밖에는 이제 존재하지도 않는다.
평생직장이란 없어진 지 오래고 사람들은 실직자가 되어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함께 떨어져 나간다.
빈익부 부익부의 그 격차는 마라톤 선수들처럼 현격하게 벌어지고 정치판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서로의 간격을 메꿔주는 게이들의 섹스와도 같은 짓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릴 적 꿈꿔왔던 그 희망을 우리는 아직 기대할 수 있는 것일까?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야간에 잔업하고
아는 사람 만나 술 한잔하고
상사 씹다보면 잘 시간이고.
상여금 몇푼에 그래도 이짓해야 가족먹여 살리는 자신이 대견하여 괜스레 가슴한번 만져보고 뿌듯해 자빠져 잔다.
부양가족을 위한 신기종 셀러리 머신인가?
나의 삶
그대의 삶은 돈을 버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건인가?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인간취급도 안 하는 세상에 인간취급이라도 받기위해 내 머리라도 찰라야 하는가?
혹시 한 가지만 물어보자.
당신은 어떤 의미의 비전이 있는가? 딱 한 가지라도 ..
그렇게 돈 벌다 애새끼들 키워놓고 암으로 다이 하면 그게 비전인가? 도대체 뭔가.....
넌 왜 태어났는가 말이다.
도시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또 한편으론 많은 것들을 나에게서 앗아갔다.
도시가 가르쳐준 것들은 내 성격상 배운 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실패로 끝나 버렸지만
나는 도시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이라도 찾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이곳까지 흘러왔다.
도시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지만 난도시를 선생으로 여기지 않는다.
젊은 날 보았던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폐선박장에서 깨어진 창문틈으로 세상을 보며
꿈꾸었던 그 어떤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꿈은.... 이 자랑스러운 땅에선 실현불가능해 보인다.
담배 한 대를 또 시체로 만들어 버렸다....
다행히도 비는 그친듯하다.
가끔 정말 바보 같은 놈들이 왜 도시를 배회하느냐고 묻는다.
난 그 질문이 넌 왜 생각을 하니 라는 질문과 진배없이 들린다.
때론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너무나 궁색하여 창피할 때도 있다.
팔다리도 없고 앞도 보지 못하고 귀가 멀어도 열심히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보다 더 가난한 타인을 위해 사는 사람도 있는데 ..
그깟 사랑 앞에 죄를 지었다고 창피해야 하는 살맛 나지 않는 세상이라고 우거지상을 하며 말이다...
그렇게 출신성분의 한계로 인한 도시의 거지가 되어 오늘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조작된 감동과 한마디 말에 자신의 꿈을 내 던질 수 있는 이 사이버에서
난 오늘도 서성거린다.
햇빛 쨍한 날
거짓말에 찌든 내 몸을 뒤집어서 북어처럼 비틀어지게 말리고 싶다.
그 주둥이에 몸뚱이를 대고 널 푸러 지게 나는 연기 속에 진실을 말하라고 고문하고 싶다.
내가 보고 배운 모든 것들이...
인생의 중간에 서서...
그것이 온통 거짓이었다고 말하려면
오늘도 난 술을 먹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대낮에, 한밤에 주정뱅이들은 그렇게 허물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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