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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 마음의 서랍 (고독한낙서/낭송)

이제는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자신했던 아픈 기억들 바늘처럼 찔러올 때 무수히 찔리면서 바늘귀에 매인 실오라기 따라가면 보인다 입술 다문 마음의 서랍 허나 지금까지 엎지르고 퍼담은 세월 적지 않아서 손잡이는 귀가 빠지고 깊게 패인 흠집마다 어둠 고여 있을 뿐 쉽게 열리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뻑뻑한 더께 쌓여 있는 걸까 마음의 서랍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힘에 겨워 나는 어쩔 줄 모른다 거기 뒤죽박죽의 또 한 세상 열면 잊혀진 시절 고스란히 살고 있는지 가늠하는 동안 어디에선가 계속 전화벨이 울려 아무도 수신하지 않는 그리움을 전송하는 소리 절박하다 나야, 외출했나보구나, 그냥 걸어봤어, 사는 게 도무지 강을 건너는 기분이야, 하염없이 되돌아오는 신호음에 대고 혼자 중얼거리듯 우두커니 서서 나는 마냥 낯설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