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도 감정노동이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고독한낙서 낭송)

ivre 2010. 12. 3. 16:25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한 짝 놓아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