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 / 박형권 / Aconcagua - Ojos Azules (중남미)
물푸레나무/ 박형권 저 나무, 물푸레나무안에 들어가 살림 차리면숟가락과 냄비를 들고 부름켜로 들어가방 한 칸 내고엽서만한 창문을 내고녹차 물을 끓이면지나가던 달빛이 창문에 흰 이마를 대고나물처럼 조물조물 버무린 살림을 엿보겠다나는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고겨울 들판에서 옮겨온 밤까치꽃 같은 여자가 뜨개질을 하던 손을 멈추고벽에 귀를 댄다물푸레나무에는 물이 많아서천장에서 똑똑 물이 떨어져그릇이란 그릇 죄다 받쳐놓으면실로폰 소리 나겠지겨울 내내 물 푸다가 봄이 오겠다여자하고 나하고 할 수 있는 일이란고작해야 서로 좋아하는 것나의 하초와 여자의 클리토리스가 파랗게 물이 들도록끙 끙 끙어떻게 어떻게 힘주다 보면나도 모르게 봄을 낳아서갓 낳은 알처럼 모락모락 김이 나는 세상이 찾아오겠다그때 창문을 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