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놈은 맹목적인 열에 안긴다. 그림자도 없이 도무지 그놈만이 불타는 외로운 열에, 지치고 소모되고 이렇게 날마다 간다.
2
그놈은 식어버린 잿덤불 속에선 가녀린 풀잎 하나 솟아나지 못하리라고 불길한 주언처럼 말해버리고 만다.
3
밤이 깊다. 머리를 풀고 달랑 하나인 전등을 끈다
4
신문을 봤다. 거기엔 죽은 그놈들의 얘기가 나 있었다. 정신으로 죽은 그놈들. 읽을수록 그건 불쌍하다.
5
그 심산유곡엔 산 이도 죽은 이도 없고, 여름이 벗고간 날개 옷들이 바람에 너을대는 잊혀진 연과도 같았다.
계절의 추위를 통해 손 펴시는 태초의 할배 할매의 섭리의 역사가 어느 질서 안에 조용히 음직이고 있었다.
6
빙설이 알프스를 넘던 보나파르트 네폴레옹, 그의 이름이 광고에 끼어 나온다.
심야, 거대한 허무가 가슴을 친다.
7
죄송했습니다. 많이 굶주렸기에 그 허기에서 광란에 붙잡혔습니다.
오늘은 괜찮습니다. 바닥에까지 떨어져 고요하고 속으로 잦아든 외로움은 이미 아무 소리도 울려보내지 않습니다.
어느날 그놈의 독백. 붉은 동백 한 송이가 그놈을 벗해준다.
8
어처구니 없다.
언제부터 이리 구걸의 감정에 손잡혔나. 세상에 나서 이처럼 불쌍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끄덕인다. 세상에 나서 이처럼 갖고
싶은 심정도 처음이라고.
9
창을 열면 창의 탓이라 싶어 창을 닫고, 창을 닫으매 창의 탓이라 여겨서 다시 창을 연다.
허나 어째도 그놈의 가슴은 통풍이 안된다.
10
까닭없이 눈을 적신다. 감상과잉의 미숙아라고 맥없이 자처해 버린다.
자학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이 일이 자학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본다.
이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11
사랑하는 사람만이 영혼을 볼텐데 그래 이놈의 영혼은 아무도 엿보지 못한다. 통영 썩은 바닷물에도 딜빛이 내린다.
그놈은 자기가 닫혀있는 소리라고 안다.
12
참말 참혹한 과정이다.
그놈에 이성의 뇌수를 갈라 보는 냉엄한 수술대.
이러서라, 네 진실을 보여라, 이리 외치는 음성과 다치지 않게 돌아가 숨어라, 이리 속삭이는 말이 번갈아 목에서 터져나온다.
13
어머니가 계시는 이는 결코 무력하지가 않다. 못 배운 어머니나 병든 어머니라도 자식을 위한 불의 장도를 갖고 있다.
어려운 일을 잘라내고 요긴한 것을 이어 멎추는 만능의 장도.
어머니에의 회상이 그놈을 자주 엄숙하게 한다.
14
무서운 일이다. 세상이 온통 무서운 일로만 가득차 있다.
이 무서움에 대항하여 그놈은 폭팔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가장 조용하게 그 일은 일어 나리라.
15
그놈의 속이 반은 가을이고 반은 늘 봄이다. 밤낮으로 낙옆이 지며 언제나 또 새 잎이 피어난다.
16
예민한 한란계.
실오리만한 유리관 속에서 위로 솟고 아래로 떨어지는 몇방울의 수은. 그러고 보니 안다는 영광이란 모두 하나같이 불휴이며 늘 내 뒷통수를 후려 갈긴다.
17
내가 그대 속에서 사랑한 것은 나 자신의 도취였다고, 이런 차가운 말이 책 속에 있었다.
타종을 기다리는 무료한 무쇠종같이 책의 사연들은 독자를 기다린다.
아무튼 이 말은 그 해의 첫 눈 처럼 냉험 하고 신선 하다.
18
니미럴
그놈은 맹목적인 열에 안긴다. 그림자도 없이 도무지 그놈만이 불타는 외로운 열에, 지치고 소모되고 이렇게 날마다 간다.
2
그놈은 식어버린 잿덤불 속에선 가녀린 풀잎 하나 솟아나지 못하리라고 불길한 주언처럼 말해버리고 만다.
3
밤이 깊다. 머리를 풀고 달랑 하나인 전등을 끈다
4
신문을 봤다. 거기엔 죽은 그놈들의 얘기가 나 있었다. 정신으로 죽은 그놈들. 읽을수록 그건 불쌍하다.
5
그 심산유곡엔 산 이도 죽은 이도 없고, 여름이 벗고간 날개 옷들이 바람에 너을대는 잊혀진 연과도 같았다.
계절의 추위를 통해 손 펴시는 태초의 할배 할매의 섭리의 역사가 어느 질서 안에 조용히 음직이고 있었다.
6
빙설이 알프스를 넘던 보나파르트 네폴레옹, 그의 이름이 광고에 끼어 나온다.
심야, 거대한 허무가 가슴을 친다.
7
죄송했습니다. 많이 굶주렸기에 그 허기에서 광란에 붙잡혔습니다.
오늘은 괜찮습니다. 바닥에까지 떨어져 고요하고 속으로 잦아든 외로움은 이미 아무 소리도 울려보내지 않습니다.
어느날 그놈의 독백. 붉은 동백 한 송이가 그놈을 벗해준다.
8
어처구니 없다.
언제부터 이리 구걸의 감정에 손잡혔나. 세상에 나서 이처럼 불쌍해 보기는 처음이라고 끄덕인다. 세상에 나서 이처럼 갖고
싶은 심정도 처음이라고.
9
창을 열면 창의 탓이라 싶어 창을 닫고, 창을 닫으매 창의 탓이라 여겨서 다시 창을 연다.
허나 어째도 그놈의 가슴은 통풍이 안된다.
10
까닭없이 눈을 적신다. 감상과잉의 미숙아라고 맥없이 자처해 버린다.
자학에 대하여도 생각해 본다. 이 일이 자학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본다.
이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11
사랑하는 사람만이 영혼을 볼텐데 그래 이놈의 영혼은 아무도 엿보지 못한다. 통영 썩은 바닷물에도 딜빛이 내린다.
그놈은 자기가 닫혀있는 소리라고 안다.
12
참말 참혹한 과정이다.
그놈에 이성의 뇌수를 갈라 보는 냉엄한 수술대.
이러서라, 네 진실을 보여라, 이리 외치는 음성과 다치지 않게 돌아가 숨어라, 이리 속삭이는 말이 번갈아 목에서 터져나온다.
13
어머니가 계시는 이는 결코 무력하지가 않다. 못 배운 어머니나 병든 어머니라도 자식을 위한 불의 장도를 갖고 있다.
어려운 일을 잘라내고 요긴한 것을 이어 멎추는 만능의 장도.
어머니에의 회상이 그놈을 자주 엄숙하게 한다.
14
무서운 일이다. 세상이 온통 무서운 일로만 가득차 있다.
이 무서움에 대항하여 그놈은 폭팔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가장 조용하게 그 일은 일어 나리라.
15
그놈의 속이 반은 가을이고 반은 늘 봄이다. 밤낮으로 낙옆이 지며 언제나 또 새 잎이 피어난다.
16
예민한 한란계.
실오리만한 유리관 속에서 위로 솟고 아래로 떨어지는 몇방울의 수은. 그러고 보니 안다는 영광이란 모두 하나같이 불휴이며 늘 내 뒷통수를 후려 갈긴다.
17
내가 그대 속에서 사랑한 것은 나 자신의 도취였다고, 이런 차가운 말이 책 속에 있었다.
타종을 기다리는 무료한 무쇠종같이 책의 사연들은 독자를 기다린다.
아무튼 이 말은 그 해의 첫 눈 처럼 냉험 하고 신선 하다.
18
니미럴
'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3 (0) | 2011.08.25 |
---|---|
단상 (0) | 2011.08.18 |
세 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의 이야기3 (0) | 2011.07.09 |
부재의 유한은 어디에도 없다. (0) | 2011.07.05 |
그 이름에게 (0) | 2011.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