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벌에 모닥불을 피웠다. 더는 갈 길이 없는 땅끝의 설월이라 여기며, 처염한 꽃 무더기, 삭풍에 꽃잎들 찢기우듯 갈라지며 타오르는, 아프고 선연하고 어쩔 수 없는 불을 일구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턱 없이 길이 열려 매양 기구한 인연이 영근다는데 겨울 성묘길, 연실인 양 끊어진 연분 앞에 미친듯 목이 메는 애경의 한 마음뿐.
진흥의 불살은 벌거벗 채 비릿하도록 타오르고, 넘치어 한가운데서 떼밀어 내는 불내음이 검푸른 명주실을 뿜어 어지럽다.
천천히 소심스레 몸을 푸는 주황빛 노을, 밤이 와도 또 와도 그건 정겹고 느긋한 악수일 따름이리.
묘지의 일모
눈위에 솰솰 시간이 부스러져 또 한 겹의 싸락눈으로 내리고, 눈과 볼이 짜내는 한 폭 피륙 위에 상한 날개를 떨구는 몇몇의 새떼들, 살아 생전 내 어머니의 한이던 것, 지금은 올 데 갈때 없는 나의 새들임을 알았다.
시간의 빛보레 속을 피 흐르는 날갯짓으로 가고 있는 불휴의 새떼, 슬픔을 날으는 저항과 의지의 저 가녀린 날갯죽지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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