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아들놈이 회식하고 남은 맥주 한 병을 가져 왔다. 하이트 1.6리터짜리.
적당히 취기가 온다.
마지막잔인듯 하다 이 잔이.
기특하구나 아들. 고맙다 니 덕에 이런 싯귀가 생각난다.
아침엔 나뭇가지엔 빈 잠자리
연한 자욱만 남고
피 한 방을 번진 듯한 다갈빛 잎새들은
차건 땅 위에 눈을 감았구나
이러한 시 한 귀절을 입속말로 외워본다. 그런데, 빌어먹을 시 제목도 시인의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낙옆은 철새인 양 오는 엄숙한 애상, 매양 엇비슷한 눈매의 사변을 일깨우며 우리의 가슴으로 날아 들기도 한다.
마치 잠을 청하며 오는 나비들과도 같이, 만산 낙엽이요 골짜기마다 덩그러니 낙엽의 더미다. 도시의 가로수도 저마다 조락을 견디며 서 있고, 아파트 정원의 수목 또한 며칠 새 껑충하니 여윈 목덜미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탈락한 손까락이나 한 웅큼의 희끗희끗 힌 머리카락 내려다 보는 듯한 심정으로 습한 땅위에 내굴린 가랑잎을 굽어보며 있는가. 시들어 떨어져 버린 잎새들의 외로움.
불을 지펴 낙엽을 타우면 불의 향료에 초엽의 향이 풀어져 함께 서리고 조금은 남아 있을 수액도 이에 엉켜 하마 싱그럽다.
낙옆이 주는 의미를 흔히들 우수요,허무로 치건만 다시 생각 하면 그것만으로는 참 어림없는 얘기 이다. 빛과 채색이 물고기 처럼 헤엄치는 발랄한 생명의 한 철을 살아온 나무는 해와 바람에 주저없이 손 흔들고 끈덕진 긴 호흡으로 스스로 그 나무 등걸에 둥근 연륜의 또 하나를 감아온 것이다.
아 취기가 올라온다. 글 쓰기가 힘들고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저려온다. 염병할, 오늘은 도저히 글 걸음마를 마치지 못할것 같다 잠이나 자련다 못다 걸을 글 걸음마 내일 걸으면 되는게지, 무엇이 아쉽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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