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모습들 (배경음악 Christy Moore -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외4곡)

ivre 2009. 10. 8. 02:11




작은 창문 틈으로 내다 보니 하마 햇볕이 저 바다를 덮고 공평한 기름과도 같다. 가을이라고 하는 말, 그 얼마쯤은
해픈 관념이 새삼 신선한 응감을 불러내면서 덤쑥 손을 잡는다.
하늘은 이상 하게도 하얀 빛깔이다. 그렇다고 찡하나 냉기가 도는 그런 차가운 순백이 아니라 푸집하니 부피를 포개고 있는
유백의 그 흰 빛인 것이다. 구름이 솜실처럼 풀어져 청청한 하늘빛을 한겹의 명주 포장 처럼 가리우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이렇게 흰 하늘은 이적지 본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빗을 집어다 머리를 빗질 한다(여자로 오해하기 딱 좋군)
눈시울 안에까지 연신 햇살이 스미어 온다. 눈속깊히 어떠한 감각이 잘 알 수는 없으나마 거기 맨 밑의 그 남김 없는 가장자리 빛은 달아 내리는가 싶다.
대충 머리를 동여 맨다. 하얀 하늘로 부터 쏫아지는 볕뉘가 이렇게 눈부신지, 창이 너무나 밝아서 정작 눈이 아파 온다.
애들의 웃음 소리 저 예배당 잔듸밭엔 지금 두 아이 뿐인데 공차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그 웃음 소리 너무나 크게 울리어 이 모두 참 이상스럽기만 하다.
어딘가 커다랗게 시방 조화를 결하고 있다. 좁은 마당이 갑자기 넓게 늘어나 보이고 애들의 모습은 반대로 작게, 또 멀리 보이는 성도 싶다. 다만 웃음 소리만이 어울리지 않게 높고 공중을 찌르면서 위로 퍼져 오르고...... 실상 아무일도 아닐텐데, 날마다 살아 가는 일, 그 지루한 범사의 되풀이속에 지금도 내가 담겨있는 것에 불과할 텐데 왠일인지 차멀미 같은 현기증을 느끼게 되고 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일에 퍽도 눈이 서툴러 진다.
우선 이 가을의 대낯이라는 이 조건 자체가 나를 어설프게 만드는듯도 싶다. 젊어서 가슴병을 앓고 난 나는 언제나 가을 햇볕을 피해 살아 왔고 어쪄다  목아지 잡혀 나들이라도 끌려 같다 올 양이면 으례껏 몇일 동안을 몸져 눕는 일이 습관이다 싶이 되어 왔으니까. 그래서 혼자 노는걸 좋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문득 벽시계의 초침 소리를 듣는다.
아이들은 놀이를 바꾸어 잔디 밭에 앉아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고 있으며 사위는 고요하여 마치도 물속과 같다.
하늘도 아까와는 달리 푸른얼굴을 나직이 드러내고, 웅크리며 무언가를 만지작 거리는 어린것들의 그림자가 역력하니 그 음영을 금긋고 있다.
하면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모든 일이 얼마쯤 다르게 되어 버린 것이다. 조금전에 머물던 시간은 흘러 가고 차례로 다가 오는 다음 시간들이 와서 현재라는 이 시각을 이루고 있으며 이것 또한 아주 잠시 동안의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쉬지는 않는다. 포기 하지도 않는다. 예컨대 화예들은 미래의 볼들을 비비면서 한껏 땅 밑에서 박돋움 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고단한지 집으러 가버린듯 하다. 
아무일도 없었던것 같이 시간은 자국을 남기지 않는 물살이 되어 흐를 것이다. 연이여 자꾸 자꾸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이  역시나 아무일 한 가지도 함부로 쉬지는 않을 것이다. 자국이 남지 않는 시간의 물살 위에 무엇이나 다 저 나름으로 한껏 열심히 저마다의 모습을 거기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