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투명해질수록 가슴은 더워진다
늙은 산누에가 제 발자국 지우며
함께 보낼 시간을 엮는 저녁
언약을 속삭이는 잎새에게도
무리지어 솟구치는 새들에게도
나는 작별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여문 씨앗을 알뜰히 버린 빈 숲에서
다만 겨울나무가 되어 휘파람을 불 뿐이다
금기를 누설하지 않는 그믐 밤
말을 건네 오는 묵은 별들에게
사랑의 상흔을 보여주며
기다림을 견딜 것이다
숲이 나누는 바삭거리는 이야기들이
입김마다 얼어 서리가 되는 새벽
한 겹의 나이테를 껴입으며
내 몸에 깃을 치던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 볼 것이다
겨울이 이울도록 산누에나방은
고치 속 두꺼운 어둠을 씻어 옷을 짓고
몸이 어는 동안
깃을 드리지 못할 삭정이를 부러뜨리며
나는 지독한 그리움으로 노래할 것이다
뒤꿈치가 밀림에 닿아 있는 바람 냄새를 맡고 싶다
먼바다 푸른 등성이를 넘어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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