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낙서도 감정노동이다

오늘 보고 싶은건 하늘까지 맞다은 그 수평선이였다.

ivre 2011. 9. 13. 02:37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할 만큼 둘은 한가지 색조에 풀어져 시야의 끝머리에 가로누워 있으리라. 그 꿈속 같은 광경을 능히 현실 인듯이 상상해 낸다.
한 필의 연이은 비단 피륙처럼 머리 위 공중에서 아슴푸레한 저 편까지 거대한 포물선을 그으며 높히 멀리 이어져 있을 수평선을 눈에도 굶주림이 있어서 오랫동엔 못본 것에게 목마름을 탄다.

매일 보는 바다임에도 언제쯤 수편선을 봤던가 싶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실개천 같은 느낌 뿐이다.
그 기억을 떠올리기 조차 어려운 지경에서 나는 오늘 불현듯 치받는 충동에 겨워 간절히 내가 아는 바다 생각에 집중 했다
제주도에서의 17년 작은 보트를 타고 바가 한가운데로 나가 작은 여에 올라 낚씨를 하며 보던 그 바다. 너는 어디 갔느냐,

언제나 생각 하는 일이지만 우리 주변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차 있다. 종교와,자연과,예술만 하더라도 이에는 제약이 없고 특권자도 없으며 원하는 이가 원하는 만큼을 누려도 좋은 전적인 허용만이 있을 뿐이다.

어려운 시대, 삭막한 감정들에,자연과 식어 가는 심장에 피를 테워줄 예술심과 그리고 만유위에 게시옵신 나의 할배와 할미여!
이들로 말미암아 우리는 혼자 있으되 혼자가 아니며 쫒겨난 듯이 마음 추운 날에도 깊고 달가운 위안의 악수를 받곤 한다.
산의 장쾌함과 바다의 무량함도 기실 위대한 관현악 안에서 호흡을 마추는 악기들 같이 서로 도와 완미한 조화에 나이가고 있음을 새삼 말할나위도 없다.

바다에 가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면 오늘도 역시 그 수평선은 유순한 양떼들 처럼 두러누워 느리고 유장한 심호흡을 하고 있으리니 그 맥동 가히 손에 잡히는듯 하다.
거기에선 사람의 지친 몸도 커다란 요람 속에서 처럼 포근히 쉬게 될것임을. 천천히 흔들어 주는 손길로써 온갖 긴장과 피로를 만져 치유해줄 것이다.

수평선이 보고 싶다.
배를 타고 한없이 바다위를 흘러 가면서 바다와 하늘이 마주보는 광활한 공간안에 안기고 싶다. 하늘 청청, 바다도 청청 , 그 풍경을 생각만 해도 쉬원하다. 씻어 주고 새롭게 해줄 거대한 세척장.

바다와 하늘은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 같은 것일까, 산울림 같은 것일까, 육지에는 하늘의 모습이 비취지 않는데 물 위엔 언제나 선명히 피어 오르는 하늘의 그림자가 있다. 작은 호수거나 허리띠 처럼 가늘고 긴 실개천이나 심지어는 두메의 우물 속에도 하늘은 교묘히 내려 잠기어 그림자를 지운다.
석양머리엔 화산처럼 선주황의 염료가 번지고 서서히 은자로 바뀌였다가 다시 수목색으로 갈아 입는 빛갈들의 층계, 밤이 되면 순금빛 불티를 뿌리는 억천만개의 별들까지 고스란히 물 위에 얹히는 그 놀라움 이라니.

비단실 스치듯이 미풍이 지날때도 섬세히 그 모습 비추는가 싶은, 그토록 영롱한 명경 바다여! 바다여!
하늘의 거울로 생겼는가, 하늘의 산울림으로 생겼는가!
배를 타고 육지를 떠나는 이는 약속처럼 수평선을 바라본다. 둘이,셋이,더 여럿이 모두 다 수평선을 바라본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모래 언덕인양 이 도한 가도 가도 새로운 수평선이 눈앞에 펼처지며 한도 없는 그것을. 그 영원한 반복 지금 막 창조 된듯 청산한 수평평선인들 진실로 다함이 있으랴.

나는 바다로 가야지
외로운 바다와 하늘을 보아야지
내가 원하는건
키 큰 배 한척과
길을 인도할 별 하나뿐
누구 시 인지는 모르지만 어렴히 떠오르는 시 한 구절
바다는 외로운 것인가, 하늘도 외로운 것인가, 천지만물은 다 외로운 것인가?

바다의 광막함 산과 하늘과 그리고 사랑의 영원속 그 부변광대함을 잠시 묵상한다. 그러나 이는 비어 있는 성질이 아니고 꽉 차서 넘치는 그 성질이다. 자유로운 비상을 위하여 비워 드는 허공 이만큼 헐거운 태두리 안에서만 비로서 안주할  우리의 영혼 이려니.

프랑스 작가 스탕달의 전기에는 그간의 고뇌스럽던 연애를 청상하고 여객선에 몸을 실었을때 거기에서 무애의 심경한 바다를 보았으며 가슴속에 폭탄처럼 터지는 감격의 소용돌이를 이로써 경험 했다고 말해 주고 있다. 힘과,깨달음과,새로운 영감이 분출함으로 해서 만감의 눈물을 흘렸었다고 술회 하고 있다.

사랑을 희생 시키는 바다
아름답게 약동 하는 새 활력의 바다가 그를 품 속에 껴안고 그간의 모든 상처를 고쳐주었음이리라.

바다의 모성 그러면서 때때로 걷잡을 수 없는 맹위와 잔혹을 불지르기도 한다. 군함을 침물 시키는 바다, 도시 위를 덮치는 바다, 산 사람을 삼키는 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제주에 살때에는 수시로 바다기슭에 나가 앉아 있었다.
저녁나절 수면을 굽어 보고 있으면 무겁게 끌어 당기던 그 사나운 힘 그 바다 나직이 나에게 말하곤 했었다 이렇게, "들어 오너라 오너라 오나라 나의 중심에 까지 부디 오너라"

겹겹히 꿈틀 거리는 검은 물 이랑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물 속에 떨어 지고 싶고 떨어 지려고만 하는 묘하게 다급한 충동이 치솟아 올랐다. 그 때 전신을 떨며 절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내 오늘 보고 싶은건 하늘가지 맞다은 수평선이다.
바랍도 아닌것이,안개도 아닌것이, 한 겹 입혀져서 꿈 속 처럼 아득한 그 수평선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