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기 흐르던 시절,
사람들은 늘 내 편안한 휴식을 어루만지며
가슴 속을 파고 들었다
온 몸으로 무게들을 견뎌냈다
세월은 뼈마디를 관통하며 지나갔다
이를 악물어도 관절마다
삐걱이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를 추방한 건 다름아닌 그들이었다
2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썩어간다
음지의 습기에 발을 담그고
제 살점들이 뜯겨져도 상관 없다는 듯이
한적한 공터를 내내 응시하고 있다
그저 바람이나 앉았다 가라고 손짓하며,
또는 너덜거리며,
삶이란 늘 망가지고 나서야
집과 집 사이의 여백을 발견해낸다
복원될 수 없는 추억들, 스펀지나 솜뭉치 따위
엉성하게 채워져 푹신하게 여겼던,
속살을 드러낸 정체들은 추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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