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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제 / 삼류 극장에서의 한때-꿈의 잠언 (배경음악 Aine Minogue - Fyvie Castle)

1 세월이 너무 태연하게 늙어간다. 고정된 것들 모두 얼어붙는다. 한때의 애인은 컴컴한 지하실 문을 두드리고 사납게 펄럭이던 지상의 그늘들은 겨울 수용소로 압송당했다. 알몸의 나무가 바람의 춤을 익힐 때에도 진리의 서적들은 여전히 혐오스러운 가면을 쓰고 돌아다닌다. 관념의 시절이다. 아무것도 슬프지 않다. 2 부드럽고 천한 여자의 가슴을 그리워한다. 쾌락은 얼마나 정성스레 나를 양육할 것인가. 내 혀는 얼마나 자랑스럽게 욕망의 젖꼭지를 빨며 말을 익힐 것인가. 수치심으로 가득 찬 여자들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 나는 부패함으로 살찌워진다. 정신의 텃밭에서 썩은 씨앗들이 재배된다. 내 살점들, 아프지 않다. 겨울이 오면, 나는 하얗게 탈색된 세상을 체험하며 온갖 환멸들을 습작한다. 그런 경이로운 시간이 내게..

배용제 / 삼류 극장에서의 한때-나는 날마다 전송된다. (배경음악 Ancient Cultures - Solitude)

TV에서 본 이라는 영화, 몇 세기 후라던가? 물체나 사람이(혹은 그냥 생명체) 원반에 올라 스위치를 누르면 원자분해되어 어디론가 전송되었다. 그리고 목적된 곳에서 정 확하게 재결합되어 나타났다. 지옥이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1 나는 자주 꿈을 꾼다 의식의 미세한 입자들이 신비로운 곳을 향해 날아간다 환상 속 연인과 동침을 하며 춤을 춘다 때때로 예언자처럼 먼 미래에 미리 가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내 꿈의 성능은 엉망이어서 변질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더 많다 스핑크스 형상으로 사막의 모래바람에서 우우거리거나 털 없는 늑대가 되어 붉은 달을 물어뜯는다 암흑의 전당포에 들러 추억을 저당잡히고 새로운 길을 산다 흘러나간 그림자 모두 거친 발톱을 세운다 그곳에서 여러 모양의 사람들을 구경한다 단세포 같은, 벌레 같..